[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중국 공장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어렵게 상반기를 버텼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미 부도난 회사도 몇몇 된다. 우리도 버티기가 힘들다."
현대기아차에 연료탱크를 납품하는 A대표는 9일 기자를 만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이날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과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이 연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 사업장에서 서울로 향했다.
A대표는 어느때 보다 힘든 상반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내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줄면서 덩달아 협력사들도 내리막을 탔다는 이야기였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43만949대를 판매해 지난해 대비 판매실적이 46.7%나 감소했다.
A대표는 "상반기는 이미 계획된 일정에 맞춰 물량을 댔지만 하반기는 어떻게 해야할지 기약이 없다"면서 "2~3차 협력사 중 부도난 곳도 있고 심지어 우리같은 1차 협력사도 부도 위기에 빠진 곳이 여러 곳 된다"고 하소연했다.
파워트레인을 납품하는 B대표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납품 물량도 줄고 수익성도 쪼그라들어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구조조정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어려움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145곳, 289개 공장에서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통상임금, 최저임금 이슈까지 더해져 최악의 상황이라는 게 자동차 부품 업계 목소리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 부품 업체의 유동성 위기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특성상 어느 한 모기업체 위기는 전후방 3000여개 업체에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통상임금 이슈도 큰 암초다. 신 이사장은 "당장 기아차가 8월중 예정된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기아차에 대금지급 의존도가 높은 영세 부품협력업체들은 자금회수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며 "즉각적인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부품협력업체는 존폐 위기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이사장은 "자동차 부품업계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 법원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문제 등에 대해 신중한 정책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