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중징계 요구 묵살, 제식구 봐주기 자초…시민단체 참여 '사외이사' 도입해 감시기능 강화해야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관광공사 이사회가 감사원으로부터 '경고 이상' 문책을 요구받은 공사 사장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사외이사를 도입해 공기업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관광공사는 지난 2일 이사회를 열어 황준기 사장에 대해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사회는 앞서 감사원 감사결과 각종 비위사실이 드러난 황 사장을 문책하기 위해 열렸다.
감사원은 황 사장이 2015년 2급 경력직 직원 채용과 관련해 인천관광공사의 인사규정에 위배되게 채용공고를 지시하고, 박람회 대행업체의 공금 횡령건에 대해 고발조치를 못하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한 점이 인정된다며 유정복 시장에게 '경고 이상' 수준으로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공사 임원에 대한 문책은 임면권자인 인천시장에게 있지만 필요한 경우 공사 이사회 심의를 거쳐 시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인천관광공사 규정상 임원에 대한 문책은 주의- 경고- 해임 등 3단계이다. 감사원 요구대로라면 황 사장은 경고 또는 해임 처분을 받아야 한다. '경고'는 1월 이상 6월 이하의 감봉에 처해져 일반 공무원의 '경고' 처분보다 징계 수위가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황 사장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시가 감사원 통보에 어긋한 문책이라며 재의결을 요구했고 이사회가 다시 열렸지만 '주의' 처분을 바꾸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황 사장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낸 상태이고, (감사에서 드러난) 비위행위가 고의성이 없는 점, 인천관광 발전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이사회가 주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사회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게 공사 안팎의 분위기다.
인천관광공사 이사회 구성원 10명 중 5명이 공사 사장과 마케팅 본부장, 인천시 공무원이고 나머지(비상임 이사)도 인천관광공사 내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받아 임명하는 구조에서 공사 임원에 대한 징계가 부실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인천관광공사 이사회는 다른 공기업들과 달리 시민단체가 추천하거나 이들이 직접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관광공사에 대한 시민적 감시기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감사원 역시 징계 요구권은 있지만 징계 수위는 해당기관의 징계위원회서 결정할 사안이라서 인천관광공사 이사회가 황 사장을 감사원 요구보다 낮게 징계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김명희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공기업 사장이 직권남용 등의 위법행위를 저질렀는데도 이사회가 주의 처분에 그친 것은 이사회 스스로 인천관광공사에 대한 내부 감시·견제 기능을 저버린 것"이라며 "공사의 경영형태를 바로 잡기 위해선 인천시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외이사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또 "황 사장 뿐만 아니라 (감사결과 드러난)비위행위와 관련된 공사 간부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황 사장은 감사원으로부터 징계처분 통보를 받은 상태에서 지난달 17일 돌연 사표를 내 징계를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더욱이 징계권을 갖고 있는 인천시도 징계절차 없이 의원면직을 검토하다 '봐주기' 논란이 일자 뒤늦게 공사 이사회를 통해 징계절차를 밟았다.
인천시는 지난 4일 황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신임 사장 모집공고를 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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