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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에도 휴가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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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휴가지에서도 수시로 울리는 메신저에 피로감
복귀후 질책 두려워 업무파일 뒤적뒤적… "쉬는 것 같지 않아"

"단톡방에도 휴가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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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직장인 김현수(31·가명)씨는 지난주 4박5일 간 베트남으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사무실에서 벗어나 몸은 가벼웠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회사의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톡방에서 잠시 나가고 싶었지만 '싸가지 없다'는 소문이 날까봐 마음을 접었다.

저녁 늦게 확인한 메시지에는 '잊을까봐 말해둔다'는 명목으로 무수한 공지와 지시사항이 떠 있었다. 결국 신 씨는 휴가지에서 느긋하게 영화를 보려고 가져간 노트북으로 회사 업무 파일을 뒤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직장 상사, 동료와 함께 사무실에서 휴가 보내는 기분"이라고 털어 놨다.


여름휴가를 떠난 직장인들이 쉬지 않는 '단톡방 사무실'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 스마트폰 단톡방으로 회의와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휴가 중에도 사무실에 갇힌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무시하자니 복귀 후 질책을 받을까 걱정되고, 신경쓰자니 휴가가 휴가 같지 않게 되는 '진퇴양난'이다. 신 씨는 "휴가 때 휴양지에서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스마트기기 업무활용 실태와 효과'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직장인 70.3%가 업무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734명을 대상으로 '업무시간 외 스마트폰으로 업무 연락 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 주말과 연차 때 연락을 받은 경험이 각각 56.1%, 45.5%에 달했다.


일부 선진국들은 직장인들의 휴가, 퇴근 후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퇴근 후 업무 연락을 금지하는 '엘 콤리'(El Khomri)법을 시행 중이다. 전 노동장관의 이름을 딴 이 법은 직원 수 50명 이상인 기업들은 퇴근 후 직원이 회사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화, 이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 내부망 등 모든 연락 경로를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크리스탈 클리어' 규정을 통해 휴가나 휴일에 직원에게 업무연락을 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스마트폰 메신저로 퇴근 후에도 업무 지시를 내리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연말까지 노동계와 사용자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업종별 실태 파악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근무시간 외에 휴대폰을 통한 업무 지시를 막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아예 퇴근 후 받은 지시로 업무를 할 경우도 근무 시간에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 3월 발의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업무 환경이 공간 제약 없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연결되자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환경 변화에 제도 개선이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지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며, 한국의 지나치게 긴 노동 시간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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