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매대가 단계적 10%포인트 인하
알뜰폰 "기존 방침과 다르다"며 충격
도매대가 산정 논의 장기화에 이은 악재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이 알뜰폰 도매대가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도매대가 단계 인하 방침까지 더해져 알뜰폰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3일 과기정통부와 이통사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가 LTE망을 이통사에게서 임대하는 비용인 도매대가를 10%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의 알뜰폰 지원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수년에 걸쳐 알뜰폰 업체의 몫을 높여 향후 10%포인트 인하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방침 변화는 도매대가 인하를 강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를 위해 이통사가 10%포인트를 인하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이통사가 이행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난달부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밖에는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현행법상 도매대가 협상은 정부와 망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 간 협의를 통해 정해진다. 양측간 논의를 통해 다른 이통사의 도매대가도 정해진다.
앞선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가계 통신비 인하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도매대가 산정이 마무리되는 8월까지 10%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를 반영해 65%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정부의 지원책에 박수를 쳤다. 현재 5만∼6만원대 LTE 요금제의 경우 알뜰폰 업체가 가져가는 몫은 55%이며 이통사는 나머지를 가져간다.
그러나 도매대가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려는 방안이 논의되자 알뜰폰 사업자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당연히 올해 도매대가 산정부터 알뜰폰의 몫이 10%포인트 커진다고 생각했다"며 "가격 경쟁력 악화로 알뜰폰 가입자가 축소되고 있어 알뜰폰 지원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빠져나간 고객 수는 6만3113명으로,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고객 5만9256명보다 3857명 많았다. 알뜰폰으로의 순유입 고객은 지난 3월 2만3070명을 기록한 이래 4월 1만1515명, 6월 401명까지 추락했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안을 발표하는 등 통신비 인하 기조가 잡히면서 알뜰폰의 경쟁력이 떨어진 결과다. 특히 알뜰폰 사업자들은 도매대가 산정이 장기화되면서 하반기 영업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6년간 도매대가 산정은 통상 5월께 발표됐다.
한편 국정자문위는 지난 6월 가계통신비 인하안 중 알뜰폰 지원책으로 도매대가 10%포인트 인하 외에도, 보편요금제 도입시 도매대가 특례 적용, 전파사용료 감면제도 연장 등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도매대가 산정 때 특례 적용은 다루지 않고 별도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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