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컨더리 보이콧 강화에 불만 표출…中 압박에 피로감 노출
"중국 무조건 압박은 역효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중국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3국 기업 및 개인 제재)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북한과 밀접한 중국, 러시아와 전략 대화를 확대해 대북제재를 공고히 하려는 한미일 3국의 의도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반발은 지난 12일 자국 외교부 공식성명을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모순의 핵심은 중국이 아니다"면서 "중국이 노력하는데 불을 꺼버리거나 오히려 기름을 끼얹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국가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의 중국 책임론을 강력히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그동안 외교부 성명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을 뿐, 특정 국가에 대해 책임을 묻는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이날 성명은 그 전과 달리 매우 강경해졌다는 분석이다.
양갑용 성균관대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중국 책임론을 반박하는 것이지만 속내를 보면 미국의 압박에 대한 중국의 피로감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책임있는 대국의 이미지를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계속 준수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나 그 강도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은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미국이 단둥은행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 포함한데 이어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위해 자국에 고강도 압박을 예고한 게 주된 이유다.
특히 시 주석이 북한에 대해 '혈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결국 중국의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독일 G20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한을 '혈맹'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주석 취임 이후 처음이다. 최근 북중관계를 감안해보면 '중국으로서도 북한을 더 이상 다루기가 어렵다'는 뜻을 포함한 것이라는 의미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이유에 따라 중국을 무조건 압박만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는 미국의 단둥은행 제재를 언급하면서 "중국이 이를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미국의 압력을 크게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한미일과 북중러가 대치하는 신냉전구도는 더욱 뚜렷해지고 북핵문제는 오히려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치하는 신냉전구도가 형성되면 가장 큰 피해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면서 "오히려 북한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중국 견인이 핵심"이라면서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강화는 결국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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