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처우개선 비용 분담·교육계 내부 반발 등 고민"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와 스포츠전문강사(스전강) 등 학교 비정규직 강사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놓고 일자리신문고가 들끓고 있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들의 처우개선 문제해결을 위해 당정간 논의에 들어갔다.
13일 일자리위원회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영전강·스전강 등 학교 비정규직 강사들은 지난 5일부터 일자리신문고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교육대학 출신 임용고사 준비생들을 중심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에 반대하는 반박 민원을 올리면서 일자리신문고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지난 6일까지 이틀간 무려 1000여건이 넘는 민원이 폭주했고, 13일 현재까지 4000여건이 넘는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전강·스전강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둘러싼 찬반논쟁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른 일자리위는 지난 7일부터 궁여지책으로 "영어회화·스포츠전문강사 관련 반복적 민원에 대해서는 별도 회신을 드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팝업창을 띄웠다. 하지만 찬반논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더욱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민원인 'sophie7777'은 "8년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영전강인데 왜 무기직은 절대 안되느냐"면서 "엄연히 2년동안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하면 무기직전환이 되는게 법이고 상식 아니냐"고 따졌다.
또 민원인 '0442iq'은 "10여 년을 현장에서 땀흘리며 고생해온 스전강들에게 임용고사를 보지 않았으니 처우개선은 커녕 학교를 나가라고 외치는 것은 비인격적인 행동"이라고 무기계약직 전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비정규직 강사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임용고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안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반대 의견을 올린 'eugaeee'는 "오랜 기간 근무했다는 이유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준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영전강·스전강도 교사가 되고 싶다면 교대에 입학해 임용고사를 치루시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학교 비정규직을 둘러싼 이 같은 대립과 갈등은 교육계 내부에서는 오래된 숙제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이 주내용인 교육공무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교직사회의 반발로 철회했다.
2014년에는 김모 씨 외 영전강 116명이 헌법재판소에 "기간제로 2년을 근무하면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직종에 영어전문강사가 빠졌다"는 이유로 위헌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관 전원일치로 '각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대전고법 제1행정부가 "4년 넘게 근무한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됐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29일 "4년을 초과한 영전강에 대해 무기계약직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여서 당정협의 등을 거치면서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가 발표할 예정인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큰 방향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근무 중인 영전강·스전강 등 전일제 강사는 16만4000명 정도다. 이들 외에도 교무행정사·과학실무사·전산실무사·급식사 등 학교 회계직 14만명, 기간제 교사 4만6000명, 간접고용 노동자 2만7000명 등 비정규직은 38만여 명, 직종만 50여 개에 달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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