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조슬기나 기자]"대량 실업 발생 우려가 있다.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조금만 늦어져도 효과가 떨어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간담회를 마친 후 아시아경제와 만나 "국회에서 (추경)주요요건에 대한 법개정 이야기가 나온다면 논의를 좀 해주시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총리는 "(추경과 관련해)공무원 일자리 이야기가 많으니까, 야당과 협의할 부분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조속한 재정투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돈을 써도 조금만 늦어지면 그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달 중에 추경이 통과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의 발언을 보면 최근 '고용지표'를 바라보는 정부의 고민이 그대로 읽힌다. 올 들어 취업자 수 증가폭이 5개월 연속 30만명대를 웃돌았지만, 실업률ㆍ청년실업률은 갈수록 악화하고 구직단념자 등 취업애로계층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새 정부가 조만간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를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 마중물이 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질 좋은 일자리' 확대가 곧 제이(J)노믹스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구조조정 여파로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던 제조업 취업자 수가 1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부분이다. 제조업의 경우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은 업종으로도 손꼽힌다. 최근 몇달간 고용 증가세를 견인해 온 건설업 일자리 역시 지난달에만 15만개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6월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은 당초 전망치를 웃도는 30만1000명을 기록, 5개월 연속 30만명대를 넘어섰다. 양적 지표만으로는 고용개선세라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당초 정부의 전망치(26만명대)를 넘어서, 무난하게 30만명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지난달 늘어난 일자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건설업 일용직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가 눈에 띈다. 지난달 일용직 종사자 수 증가폭은 5만9000명에 달한다. 제조업 역시 고용상황이 개선된 것보다는 기저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숙박 및 음식업 취업자 수는 내수부진 여파로 201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지난달 경제활동참가율(63.8%), 고용률(61.4%) 등이 상승했지만, 실업률(3.8%), 청년실업률(10.5%)도 높아지고 있다"며 "서비스업 중심으로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청년실업 등 취업애로가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동월 기준 최고치인 23.4%를 기록했다.
구직단념자(44만9000명), 취업준비자(67만9000명) 등 취업애로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용지표에 부정적이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인구구조상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ㆍ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향후 4∼5년간 청년고용이 가장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추경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다. 단기적으로 민간의 고용이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재정을 투입해 질좋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한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에는 공무원 1만2000명 증원, 사회서비스 인력 2만4000명 확충 등 양질의 공공 일자리를 만들고 창업 및 신산업 지원을 통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력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