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청원 글 부적절?…‘정윤회 문건’ 내용보다 ‘유출 경위’ 관심 갖는 것과 같아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차성안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40)가 6일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올린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관심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하루만에 7000명에 가까운 찬성 서명이 달렸다.
차 판사는 “법원행정처에 의해 블랙리스트류(類)의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작성된 정황이 최고의 요직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탁된 A판사의 판사직을 건 용기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고, 판사들이 힘들게 싸워 6월19일 전국법관대표회를 열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추가조사를 결의했다”면서 “대법원장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거부로 사법부 자정노력이 수포로 돌아 갈까하는 답답한 마음에 관심을 호소하기로 결심했다”고 서두를 열었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긁어 붙여 놨다. 페이스북에서 그는 “판사는 블랙리스트류의 비공식적이고 자의적인 인사자료가 작성되어서는 안되는 최후의 집단이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지난 3개월 간 불거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뇌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진실 은폐 과정 등에 대한 주장이 담겨있다. 차 판사는 판사들의 진실 규명 노력과 과정,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행사, 언론의 진실 호도와 왜곡 보도에 대한 주장도 담았다.
차 판사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법부가 블랙리스트 논란을 묻어두고 간다면 내가 판사의 직을 내려놓을지를 고민하겠다”며 “돌아갈 수 없는, 배수의 진을 치는 나의 담담한 각오”라고 밝혔다.
대법원장이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일축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의 추가조사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판사직을 내놓을 각오로 대국민 호소에 나선 것이다.
일부에서는 현직 판사 신분으로 인터넷에 민감한 주제의 글을 올린 행위 자체가 법관의 독립을 해치는 ‘자해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판사의 소셜미디어 이용과 관련해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 의견을 낼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정권은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위보다는 ‘청와대 문건 유출 경로’에 더 관심이 많았던 탓에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방치.협력하고,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청원 글에는 “사법부의 적폐도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논란이 되자 판사회의 공보를 맡은 승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차 판사의 개인적인 언행은 판사회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차 판사의 서명 목표 인원은 10만명으로 마감은 2차 판사회의가 열리는 이달 24일까지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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