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맞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추가 조사 불수용 입장에 대해 5일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양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판사회의가 결의한 상설화 요구는 수용했지만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는 수용하지 않았다.
판사회의는 이에 대해 일주일 만에 공식 입장을 내고 “개혁 논의를 위한 첫걸음 중 첫걸음으로 결의한 추가 조사 요구의 무게는 다른 어떤 의결사항보다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며 “엄중한 의미를 갖는 결의를 수용하지 않은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판사회의 측은 사법행정 신뢰를 위한 추가 조사 수용에 대한 대법원장의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또한 판사회의 측은 이날 회의 절차 불공정 시비와 회의록 비공개 등을 놓고 ‘불통’ 논란이 제기된 1차 판사회의 회의록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반인은 볼 수 없는 법원 내부 전산망(코트넷)에만 공개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번 사태는 법원행정처 고위간부가 법원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사법개혁 관련 세미나를 연기ㆍ축소시킬 목적으로 올 초 연구회 간사를 맡은 판사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촉발됐다. 급기야 법원행정처가 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한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으로까지 확산됐다.
지난 3월 양 대법원장의 요청으로 꾸려진 진상조사위는 3주간 관련자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는 밝혀냈지만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윤리위는 한 달 남짓 심의 끝에 관련자 징계와 제도 개선 등을 대법원장에 권고했다.
이 사이 전국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100명이 모인 법관회의가 구성됐고, 이들은 지난 달 19일 첫 회의에서 양 대법원장에게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추가 조사권 위임, 관련자 직무배제 및 대법원장 공식 입장 표명, 법관회의 상설ㆍ제도화 등을 요구했다. 판사회의 측은 이달 24일 두 번째 회의를 갖는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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