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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영화 표준근로계약서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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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화진흥위원회의 '2016 영화 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 스태프들의 연간 평균소득은 1970만원이다. 2014년의 1445만원보다 인상됐다. 큰 의미는 없다. 프리랜서인 스태프들이 몇 작품에 참여해 얼마나 일을 했는지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통계는 따로 있다. 표준 근로계약서의 활용 비율이다. 응답자의 53.1%가 경험했다. 2014년의 35.3%에 견줘 크게 늘었다. 그러나 10억원 미만 영화에서 이 비율은 20.9%다. 심지어 13.3%는 구두계약을 했다. 4대 사회보험가입, 최저임금보장, 근로시간에 따른 초과근로수당 지급, 고질적인 장시간근로의 제한 등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표준계약서를 체결한 스태프의 상당수도 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후반 작업 중인 100억원 규모의 영화에서 일한 A씨는 촬영이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 그는 "몇 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제작사에서 무시해버렸다. 강하게 항의하고 싶지만, 다음 작품을 참여하는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참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촬영이 한창인 120억원 규모의 영화에서 일하는 B씨는 "표준계약서를 통해 지켜지는 건 최저임금보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최근 감독이 중도 하차하고 배우 출신 제작자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때부터 하루 12시간 이상의 촬영이 강행됐는데,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영화에 제작부로 참여한 B씨는 촬영을 하다 다리를 다쳤다. 제작사로부터 치료비를 지원받았지만 남은 급여 지급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의 표준 근로계약서에는 공통점이 있다. 연장, 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용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전국영화산업노조의 합의로 채택됐는데 연장근로수당은 물론 야간, 휴일, 연차의 수당을 사전에 합산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영화스태프 표준계약서 제6조에는 "포괄임금은 기본급, 주휴수당, 시간외수당을 포함한 합계액으로 하되, 임금계산의 편의와 근무의욕을 감안해 포괄산정해 지급한다. 단 기타 발생된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교육수당, 기타수당 등은 월 포괄임금과 별도 산정하여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A씨는 "야간 및 휴일근로수당은 별도로 산정해 지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전에 미리 정하고 이를 월 임금에 포함시키는 형태"라며 "표준계약서 작성 위반"이라고 했다. B씨는 "휴일근로수당 등을 따로 요구했으나, 계약서상 이 부분이 월 임금에 포함돼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80억원 규모의 영화에서 일하는 D씨는 "표준계약서의 원칙은 시간급용이다. 예외적으로 보충 적용하기 위해 포괄임금용을 도입했는데, 실제 현장에서 대부분 포괄임금용 계약서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는 "근로의욕 고취를 위하여 임금을 더 주는 방편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의 유연화 수단 내지 임금 인상 억제용으로 남용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다음 달 10일부터 노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인철 공정환경조성센터 팀장은 "노무사 아홉 명을 선임했다. 상담은 물론 경우에 따라 의견서까지 써 줄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변호사가 입회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됐다. 하지만 금전적 부담이나 더 큰 피해를 우려한 나머지 대다수가 기피하고 있다. 더구나 스태프의 상당수는 전국영화산업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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