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회의 결의 전폭 수용 않고선 봉합 불가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효숙)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과 관련해 애초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의 조사 결과를 재차 확인하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가 주목된다.
이번 사태를 심의한 윤리위는 27일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확인하고, "이번 일에 연루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고영한 대법관에게 각각 징계 청구와 주의 촉구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양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판사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기존 진상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윤리위의 심의 의견을 접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 이하 법관회의)는 28일 '윤리위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양 대법원장이 법관회의 결의 내용을 전폭 수용하지 않는 한 봉합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법관회의 간사 중 하나인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법관회의는 1차 조사(진상조사위 결론 내용)가 부족하고 미흡하니 추가조사를 해야한다고 결의한 것인데 윤리위 발표 내용은 1차 조사 내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법관회의 결의 사항은 그대로 유지되며, 대법원장의 입장표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법원행정처 고위간부가 법원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사법개혁 관련 세미나를 연기ㆍ축소시킬 목적으로 올 초 연구회 간사를 맡은 판사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촉발됐다. 급기야 법원행정처가 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한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으로까지 확산됐다.
지난 3월 양 대법원장의 요청으로 꾸려진 진상조사위는 3주간 관련자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는 밝혀냈지만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윤리위는 한 달 남짓 심의 끝에 관련자 징계와 제도 개선 등을 대법원장에 권고했다.
이 사이 전국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100명이 모인 법관회의가 구성됐고, 이들은 지난 19일 첫 회의에서 양 대법원장에게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추가 조사권 위임, 관련자 직무배제 및 대법원장 공식 입장 표명, 법관회의 상설ㆍ제도화 등을 요구했다.
한편, 법관회의는 오는 30일 중 첫 회의 내용을 회의록 형태로 상세 공개하고,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여부와 내용에 따라 임시회의 개최 여부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법관회의를 구성하는 판사 100명 중 1명이 법관회의 결의 내용과 의견수렴 절차에 반발해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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