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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뉴리더십-비전퀘스트]'악바리 장교'에서 한화式 '아재 문화' 해결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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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뉴 리더십 - 비전퀘스트 새로운 길을 걷다'
<1>김동관 한화큐셀 전무(上)

[2017 뉴리더십-비전퀘스트]'악바리 장교'에서 한화式 '아재 문화' 해결사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2006년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에서 공군사관후보생 117기 동기들과 훈련을 받던 시절 모습이다. 맨 오른쪽이 김 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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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2006년 10월 경남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 늦가을 햇빛에 새까맣게 그을린 김동관 후보생은 강도 높은 4주간의 특례교육을 마친 뒤 민간인 티를 갓 벗었다. 앞으로 남은 훈련 기간은 세 달. "처음 2주간 공군사관후보생 117기 동기 252명을 인솔할 '대대장 근무 후보생'을 뽑겠다"는 훈육관의 말이 떨어지자 김 후보생은 자진해서 손을 번쩍 들었다.

그와 함께 훈련을 받았던 동기는 "장교 훈련 자체도 힘든데 모범을 보여야 하고 책임까지 뒤따르는 대대장 근무를 자원했다는 건 27㎏짜리 군장 위에 스스로 짐을 더 보탠 셈"이라며 "한화그룹 장남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어서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차에 더욱 눈에 띄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후보생은 그해 12월29일 임관식을 치를 때까지 모든 훈련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대대장 근무 후보생 자원…통역장교 중 1등으로 공군장교 임관

그는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다음 통역장교로 특기를 정하고 입대했다. 학사장교들은 훈련소 생활을 바탕으로 임관 전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가 매겨진다. 이 점수에 따라 원하는 대로 특기 지망을 하고 부대배치를 받는다. 그러나 김 후보생처럼 처음부터 특기를 배정받은 경우 점수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 또 다른 동기는 "통역장교를 하는 동기들은 외국에서 오랜 기간 살다온 경우가 많은 데다 정해진 역할이 있어 훈련소에서 점수를 어떻게 받든 상관이 없다"며 "그런데도 김동관씨는 '빡세게' 훈련에 임해 117기 통역장교들 중에서 1등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 복무 중 통역장교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국방부 장관 직속 통역을 맡았다. 2009년 10월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에 왔을 때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옆에 앉아 그를 보좌하며 통역을 맡기도 했다. 동기애도 남달랐다. 제대 후에도 그는 한화빌딩이 위치한 청계천을 중심으로 '을지로 소대 동기모임'이 있는 날이면 가급적 시간을 내 참석한다. 지금도 군 동기들 사이에서 "재벌가 아들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판이 좋다.


◆멘토 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스타일…임원회의 맨 뒷자리서 경청

'공군 중위 김동관'에서 '김동관 차장'으로 이름표를 바꿔 단 건 전역한 지 나흘 만이었다. 2009년 12월31일 전역한 다음, 2010년 1월4일 한화그룹 신입사원 연수회가 열리는 한화인재경영원에서 아버지 김승연 회장과 함께 데뷔했다. 신입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연수를 마친 뒤 그가 맡은 보직은 회장실 차장이었다. 재계 3세들은 그룹 계열사로 입사해 일을 배우는 게 보통이지만 '대놓고' 회장실로 발령을 낸 건 김 회장의 결정이었다.


김 회장은 부친 김종희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29세에 그룹을 물려받았다. '나이 어린 총수'로 겪어야 했던 힘든 경험 탓에 장남인 김 차장에게만큼은 본인이 직접 경영 수업을 해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8월 김 회장이 배임 횡령으로 구속 되며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우게 됐다. 당시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이었던 그는 혼자 일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한화그룹의 한 임원은 "회사 내에서도 그의 '멘토'라고 지칭할 만한 사람이 없다. 스스로 찾아 배우고 여러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2017 뉴리더십-비전퀘스트]'악바리 장교'에서 한화式 '아재 문화' 해결사로 지난 2011년 5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운데·당시 한화그룹 차장)가 핵심가치 선포를 위해 단상 위에서 터치버튼을 누르고 있다.


2015년 12월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한 뒤에는 애칭이 생겼다. 영어 머리글자를 딴 'DK전무'다. 한화 계열사의 한 임원은 "DK전무는 본인이 관심있는 안건을 논의하는 임원회의를 하면 예고 없이 들어와 맨 뒤에 가만히 앉아서 경청한다"며 "임원들이 '앞으로 나와 앉으시라'고 권유해도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경영기획실 임원들과 종종 점심을 먹을 때도 입버릇처럼 "뭐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을까요"라고 말한다. 그와 다보스 포럼을 함께 다녀온 임원은 "외국 기업인들과 면담 후 좋은 생각이 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우리들에게 사업모델을 제안할 정도로 김 전무는 참신한 구상에 대한 갈증을 늘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8년간 연속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세계적인 석학들, 기업인들과 교류하는 것도 이런 학구열 때문이다.


◆한화식 '아재문화'의 반란…승진 안식월은 그의 아이디어


연공서열을 따지고 술로 조직을 평정하는 한화식 '아재 문화'에 처음으로 반기를 든 것도 김 전무다. 그는 2012년 그룹 내에서 과장ㆍ차장ㆍ부장을 없애고 매니저로 호칭을 통일시켰다.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한 김 전무의 시각에선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다. 비록 외부 고객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2년6개월 만에 다시 직급제도가 부활되긴 했지만 회사 내에선 조직 문화를 혁신해보겠다는 시도 자체에 높은 점수를 줬다.


최근엔 '승진 안식월'을 도입했다. 지난 3월 초 승진한 과장, 차장, 부장, 상무보들에게 한 달 동안 휴식 시간을 준 안식월 제도는 사실 김 전무의 작품이다. 그가 전면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룹의 새 표어인 '젊은 한화' 표어에 맞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관철한 것이다. 승진 안식월은 한화 내부에서는 물론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인사 제도다.


"DK전무를 만나고 싶다면 점심시간에 청계천을 배회하라"는 것쯤은 이제 한화 직원들에게 화젯거리도 아니다. "한화큐셀 직원들이랑 회사 근처 카페에서 팥빙수를 먹는 모습을 봤다" "식사 후 청계천을 같이 산책하더라"라는 목격담도 흔한 얘기다.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그룹 후계자임에도 스스럼없이 직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줘 호감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가 아침에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30분 정도다. "원래 출근 시간인 8시보다 일찍 나가면 다른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며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새벽부터 출근 준비를 마치고 신문까지 다 본 다음에야 가회동 자택을 나선다고 한다.


김 전무를 만나본 사람들이면 하나같이 그가 겸손한 성품을 지녔다고 입을 모은다. 한 계열사 임원은 "김 전무가 복도에서 임원들을 마주치면 먼저 허리를 굽혀 깍듯이 인사를 한다"고 했다. 불필요한 의전도 피하고 있다. 한화큐셀의 태양광 사업은 해외 곳곳에 영업 거점을 둬 출장을 갈 일이 많다. 수행원 한 명 없이 캐리어를 직접 끌고 혼자 비행기를 타는 일은 'DK전무'에겐 일상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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