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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 입으면 제니처럼?" 원사이즈만 파는데 Z세대 푹 빠진 '이곳'[디토사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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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Z세대들의 선망…제니 입자 국내서도 인기
마른 체형·금발·백인 내세우며 홍보
중국서는 몸무게 표 유행하며 섭식장애 유행도

편집자주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24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은 '디토(Ditto) 소비'. 디토는 '마찬가지'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디토소비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콘텐츠를 소비할 때 유명인의 취향과 유행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향을 뜻한다. 점차 소비 연령대가 낮아지는 명품 소비, 늘어나는 유행 편승 투자 등 한국 사회의 맹목적 '디토'들을 분석해본다.

명품 브랜드가 부유함의 상징이라면, 최근 젊은층에서는 날씬함의 상징인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작은 체형의 여성을 위한 S(스몰) 단일 사이즈의 옷만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 '브랜디 멜빌'(Brandymelville)이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의 옷을 입기만 하면 날씬한 몸매를 가진 것으로 인증받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보니 브랜드가 상륙하는 곳마다 Z세대의 과도한 다이어트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브랜디 멜빌은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첫 매장을 연 뒤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억1250만달러(약 3000억원) 수준으로, 5년 전인 2019년(1억6960만 달러)에 비해 25.3% 성장했다. 현재 미국·유럽·호주 등에 9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홍콩 등에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서울 성수동에도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Brandymelville, #Brandyusa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00만건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블랙핑크의 제니·로제, 레드벨벳 슬기 등이 착용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아직 한국 매장이 문을 열지 않았지만, 이미 포털사이트와 SNS상에는 브랜디 멜빌의 제품을 구매대행해준다는 글이 자주 게시되고 있다.


"이 옷 입으면 제니처럼?" 원사이즈만 파는데 Z세대 푹 빠진 '이곳'[디토사회] 브랜드멜빌의 제품을 입은 블랙핑크 제니. [이미지출처=제니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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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상품은 짧은 기장의 크롭 티셔츠와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라이즈 바지 등이다. 최근 유행하는 Y2K(1900년대 말~2000년대 초 유행한 밀레니얼 패션)와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의 브랜드 전략은 여타 브랜드와 차별화된다.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를 존중하며 다양한 체형을 위해 의류 사이즈 종류를 늘리고, 여러 인종의 모델을 고루 기용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이곳에선 마른 사람만 소화할 수 있는 하나의 단일 사이즈만 판매한다. 아이돌, 연예인 등 유명 모델도 기용하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의 데일리룩으로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어 홍보하는데, 마른 체형의 금발 백인 여성을 주로 내세운다. 일반인의 사진을 공식 계정에 올릴 때에도 마른 체형의 금발 백인 소녀들을 선호한다.


때문에 이 브랜드는 외모지상주의를 가속화하고 인종차별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브랜디 멜빌은 '전형적인 백인 10대 소녀의 외모가 아닌 직원은 해고하라'는 고용 지침으로 미국에서 차별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 3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브랜디 멜빌의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던 루카 로톤도는 "전형적인 백인 10대 소녀에 해당하지 않는 외모의 직원을 해고하라는 지시에 불응하자, 회사가 자신을 잘랐다"고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 옷 입으면 제니처럼?" 원사이즈만 파는데 Z세대 푹 빠진 '이곳'[디토사회] [이미지출처=브랜드 멜빌 미국 SNS]

브랜디 멜빌이 한국보다 먼저 진출한 중국에서는 이 브랜드의 옷을 입기 위한 과도한 다이어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웨이보 등 SNS상에서 이른바 'BM Girls' Ideal Weight Chart'로 불리는 체중 표가 유행처럼 퍼졌다. BM은 브랜디 멜빌의 약자를 딴 것으로 이 브랜드의 옷을 입기 위한 여성의 이상적인 체중을 안내하는 표다. 일부 여성들이 이 표에 맞춰 체중을 줄이기 위해 섭식장애를 앓게 돼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 표에 따르면 신장 160㎝인 여성은 43㎏ 몸무게여야 '이상적인 BM 소녀'가 될 수 있다. 이는 신체질량지수(BMI) 16.8로, 저체중에 해당하는 몸무게다. 한국 20대 여성의 평균 신장과 몸무게가 161.8cm, 58㎏(통계청 건강검진 통계)인 것을 고려해볼 때 지나치게 마른 몸을 이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BM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타 브랜드의 아동용 옷을 입고 인증하는 문화가 중국 웨이보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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