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족', 약속 없으면 점심도 혼자서
고객 쟁탈전 치열…업체들 앞다퉈 품질 업그레이드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직장인 정성민(33·남)씨에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점심으로 뭘 먹을지 생각할 때'다. 오늘 선택한 메뉴는 스페인산 돼지갈비로 만든 폭립이다. 두툼하고 마블링이 고른 고기를 데리야키 소스에 두 번 구워낸 요리다. 여기에 강황 가루와 채소를 넣어 향긋한 카레 볶음밥과 통마늘, 옥수수 구이 등도 곁들일 예정이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정씨가 회사를 나와 향한 곳은 바베큐 전문점이 아닌 편의점이다. 그의 점심 식사는 바로 4500원짜리 편의점 바베큐폭립 도시락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도족'(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면서 점심시간에도 편의점은 식당 못지않게 북적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는 것은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를 방증한다. '히트' 도시락의 경우 점심시간에 조금만 늦게 가도 구하기 힘들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점심식사 하러 편의점에 간다는 응답 비율은 전체의 9.8%로 지난해(6.1%)보다 3.7%포인트 높아졌다. 회사 근처 식당의 평균 밥값은 7050원이었는데,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을 경우 평균 4840원밖에 들지 않았다.
최나원(29·여)씨는 "직장 상사·동료와의 점심 등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으레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이나 컵라면·삼각김밥 등을 사먹는다"며 "우선 가격이 저렴하고, 밥 먹으며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어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10~15분 내로 밥을 다 먹으면 나머지 시간엔 혼자만의 여유를 즐긴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 도시락은 주요 고객인 20·30대는 물론 전 세대에 걸쳐 꾸준히 선택을 받으며 두 배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GS25에서 도시락은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더 많이 팔렸다. 2014년 43.8%였던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2015년 58.9%, 지난해 176.9%로 뛰었다. 같은 기간 CU에서도 도시락 매출은 10.2%, 65.8%, 168.3% 늘며 호조를 나타냈다. 아울러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에서 지난해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2.1% 증가했다.
2014년 2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증하는 1인 가구가 자주 찾는 상품이 바로 편의점 도시락"이라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알뜰 소비문화가 확대되고, 빠르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전 세대에서 나타나는 점도 도시락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각 편의점업체들은 품질 업그레이드를 통해 편도족을 더욱 열광시킨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 니즈(needs)를 반영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편의점 점포들은 편도족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세븐일레븐은 도시락 카페인 KT강남점(2014년 11월), 중국대사관점(2015년 8월)에 이어 문화 공간을 표방한 남대문카페점을 지난해 11월 열었다. 해당점 1층은 일반 편의점 매장이다. 1층에서 간편식, 세븐카페 커피 등을 사서 2층으로 올라가면 아늑한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총 23석 규모로 원목 테이블과 의자·소파를 뒀다. 아예 1인 전용 테이블(3석)까지 준비했다. 세븐일레븐은 향후 비슷한 형태 점포를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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