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일방적인 것 아냐" 개인적 소신발언 재확인
"난 정부에서 월급받는 사람 아냐…조언은 계속할 것"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협상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는 소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만 본인의 발언에 대한 관심을 인식한 듯 개인적인 생각이 곧 한국 정부의 생각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특보는 19일(현지시간)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한반도 위기-한미동맹의 의미' 세미나에서 "(워싱턴에서 한 발언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정부의 생각은 아니다"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한국과 미국도 한 발짝 물러나는 식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정부 관계자가 아니라 조언을 하는 사람"이라며 "정부에서 월급을 받지도 않는 만큼 계속 조언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미디어가 이 부분에 대해 매우 혼선을 빚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 특보는 "나는 한미동맹에 대한 조언을 할 분이고, 결정은 청와대에서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로부터 그의 발언에 대해 경고했다는 보도가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고 대답했다.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의 논의를 통해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한·미 동맹 구상을 밝혀 외교적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비난이 커지자 청와대 역시 이 발언이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뜻을 문 특보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 특보가 개인적인 의견과 정부의 입장을 구별해달라고 밝혔지만, 특보의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특보의 생각이 한국 정부와 완전히 구별돼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만큼, 양국의 협상 전략과 목표에 대해 주제가 집중됐다.
수미 테리 전 보좌관은 "아베, 시진핑과의 회담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일본, 중국의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형성에 집중한 덕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이슈를 가지고 파고들며 대화하는 스타일인 만큼 세부적인 것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턴불 호주 총리와 통화 이후 불만을 제기한 것도 턴불 총리가 관계 형성보다는 세부사항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턴불 총리와 통화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체결한 난민 상호교환 협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 역시 "이번 회담에선 북핵, 사드(THAAD) 문제 등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핵심 이슈에 타깃을 집중해 협상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특보는 이날 세미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전의 대통령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안보를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평양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상황만 만들어진다면 가능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그것이 현실"이라며 "안보 문제가 해결돼야 햇볕정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셀 전 차관보 역시 "(북한과의) 대화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정한 대화가 되냐는 것"이라며 "비핵화라는 정확한 목표가 만들어질 수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테리 전 보좌관은 북한 고위관계자들이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을 것이라며 매우 회의적인 시각도 밝혔다. 그는 "이달 초 북한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북한 정부 관계자들은 핵 개발이 거의 완료됐고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며 우려했다. 또한 "미국과 직접 얘기하고 싶어하며 한국은 제3자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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