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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원더우먼이 필요한 한국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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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원더우먼이 필요한 한국외교 백종민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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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미국을 대표하는 두 캐릭터가 등장한 이 영화는 엉성한 스토리로 팬들의 큰 비난을 샀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으로 대변되는 경쟁사의 질주를 막겠다고 출격한 두 명의 히어로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그런데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던 이 영화를 희망으로 바꾼 존재가 있었다. '원더우먼'이다. 70~8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지금의 40~50대들에게도 익숙한 그 원더우먼이다. 영화에서 외계의 괴물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슈퍼맨과 배트맨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원더우먼의 놀라운 활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리고 서로 묻는다. "저 여자 너가 데려왔나?(슈퍼맨)" "아니 그쪽과 아는 사이 아니었어?(배트맨)". 관객들 역시 원더우먼에 열광한 것은 당연했다.

1년 지나 최근 영화 '원더우먼'이 찾아왔다. 평단과 관객의 호평이 이어졌다. 영화는 단 번에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로 치고 올라섰다.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도 개봉 2주만에 5억달러를 돌파했다.


원더우먼의 맹활약은 앞으로 이어질 연작 영화들에 대한 기대로 돌아왔다. 남성 캐릭터들이 못한 일을 이 여장부가 해낸 셈이다. 이 영화는 감독도 여성이다. 두 여성이 마블의 '어벤저스 군단'에 밀려 죽어가던 캐릭터 원작회사 DC코믹스를 수렁에서 구해낸 것이다.

[데스크 칼럼] 원더우먼이 필요한 한국외교 영화 '원더우먼' 스틸 컷

문재인 정부 들어 한미 관계가 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 들어선 진보정권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보수 정권의 어색한 동거는 당면한 북핵ㆍ미사일 사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 해결에 많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의 정권 공백상태에서 벌어진 북한과 미국간의 대립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섰고 한국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의 스트롱맨에 둘러 쌓인 상황을 헤쳐나갈 '슈퍼히어로'가 필요하다.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하고 임무를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슈퍼히어로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다. 조력자가 필요한데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행보는 슈퍼히어로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미합동군사훈련과 한국내 미군 전략무기 축소 가능성을 미국에서 공공연하게 언급한 문 특보의 행보는 미국 민간의 분위기를 떠보겠다는 당초의 취지보다는 오해만 쌓은 모양새다. 현장외교 경험이 없는 그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권의 등장 이후 정상적인 외교해법이 쉽지 않은 상황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사업가 출신으로 거래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president) 간의 대화에서도 선물(present)을 원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골프채를 선물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불균형 시정 100일 계획이라는 깜작 선물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랬다. 초 강대국 정상들도 이럴 진데 문 대통령의 선물보따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길 만한 미국내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 계획은 전적으로 민간의 몫이지만 경제 사절단 구성도 과거만 못하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필요한 것이 원더우먼의 맹활약이다. 더 이상 남성들에게만 우리 외교를 맡겨 놓을 수 없다. 마침 인물도 있다. 강대국간의 외교전쟁 한복판에서 돌아온 강경화 외무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맞았음을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김정일 북한 국방 위원장과 만나 담판을 지었던 것도 미국의 첫 여성 국무장관인 메들린 울브라이트였다. 강 장관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당당히 대화하며 국익을 대변하고 관철시키는 한국외교의 원더우먼이 되는 장면을 국민들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한국 외교의 새 지평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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