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들이 주도하는 자사고·외고 폐지, 일제고사 중지
수능절대평가, 고교학점제 등 교육감표 정책들도 국가교육 핵심의제로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고교학점제, 수능절대평가제부터 일제고사에 비견되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일부시행 전환과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까지 민선교육감들이 강조한 정책들이 국가 교육 개혁 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 '교육 권력'이 교육부에서 교육청, 교육감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외고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는 28일 서울외고와 자사고 3곳(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의 재지정 여부를 두고 운영성과 재평가 결과와 자사고·외고 폐지에 대한 공식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015년 평가에서 기준점(100점 만점 중 60점)에 미달한 이들이 재평가에서 또 60점에 미달할 경우 일반고로 전환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13일 월례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힌 지 이틀 만이다. 당시 이 경기교육감은 ""학교를 줄 세워 서열·계층화 하는 정책은 없어져야 한다"며 경기도 내 자사고와 외고를 재지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계적 폐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에 교육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과거 서울교육청이 재지정 평가를 통해 몇몇 자사고와 외고들에 대해 지정 취소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반대하며 제동을 걸던 교육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까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임자 지위 인정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던 서울교육청과 교육부의 긴장관계가 교육청 쪽으로 기울며 균형이 깨지는 모양새다.
전국의 자사고와 외고 총 77개교 중 63.6%(49개교)가 몰려 있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자 전국에서도 이를 따르는 추세다. 전국 진보성향 교육감이 있는 14곳은 물론 울산, 경북, 대구 등 보수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지역의 교육청도 교육부 지침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혀 폐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여기에 경기도교육감 출신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역시 "자사고·외고 폐지는 교육감 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고 밝혔다.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일제고사에 비견됐던 전국학업성취도 평가도 최근 지역마다 자율적으로 표집 학교에 대해서만 시행하도록 결정됐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한 뒤 교육부에 권고했고,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 차원에서 국가 교육 개혁 의제로 유력하게 논의되는 수능절대평가제 도입, 고교학점제 등도 역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꾸준히 주장한 내용들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지난 박근혜 정권 아래 국정역사교과서 도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위 인정 등에서 번번이 교육청들과 교육부의 대립과 갈등이 이어졌지만 새 정권 하에 교육감들의 정책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며 "교육부의 수장이 공백인 상태이기도 하지만 교육부 폐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까지 진지하게 논의되는 만큼 교육 정책의 무게 추가 이동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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