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는 물품을 수출한 중국 기업과 개인 10여곳의 대북 거래 중단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국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이 거래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연관됐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이 중국 정부에 조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미국은) 중국이 특정 기업과 개인에 대한 조처를 희망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렇지만 필요하면 우리도 독자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에 대응할 수 있음을 동시에 알렸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구체적인 정보를 언급하기 꺼렸으나 이날 미국 안보 연구기관인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가 낸 보고서에 등장한 기업과 개인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예상했다. 소식통도 보고서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전략과 일부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북한산 무기를 싣고 가다가 이집트 기항 중 적발된 선박 '제순호'가 소속됐던 홍콩의 기업주로 알려졌다. 당시 배에는 3만개의 로켓 추진 수류탄이 있었다. 특히 쑨쓰둥은 북한에 트럭과 기계류,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단둥 둥위안'이라는 기업도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2016년 '단둥 둥위안'이 북한에 수출한 물품은 2850만달러 규모로, 상당수가 민간용이지만 미사일 무기 프로그램에 전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으로 파악됐다. 쑨쓰둥은 "북한과 거래하지 않고 있으며 제순호 사건도 모른다"고 부인했다고 WSJ는 전했다.
보고서는 2013∼2016년 북한과 교역한 중국의 지방 기업 수는 5223개라며 이들의 대북 거래는 대부분 합법이나 수출품 가운데 '이중 용도' 물품이 다수인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데이비드 톰슨은 "이러한 북중 교역 네트워크가 중국시장, 더 넓게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과 교역하는 수천 개의 중국 기업이 동일한 모기업 하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이중 일부만 폐쇄해도 북한 정권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제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도 북한의 무인 비행체 제작에 중국 기업이 관여한 정황을 연례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은 지난 2014년 백령도에 추락한 비행체(UV-10)의 제작 업체로 베이징에 본사 둔 중국 기업을 지목하고 중국계 인물로 추정되는 사람이 구입한 총 7대의 무인기가 모두 북한에 판매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중국 중간업자에 의존하고 현금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상업 용품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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