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협상 마무리 단계
내달부터 최대 100만대 공급
LGD, 고객 다변화 성공
삼성전자, 안정적 공급처 확보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LG디스플레이가 내달부터 삼성전자에 TV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한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경쟁 관계이지만 삼성전자는 안정적으로 패널량을 확보하고, LG디스플레이는 고객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라는 평가다.
◆샤프 공급 중단 이후 6개월간 마라톤 협상=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을 위해 막바지 세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단계로 7월부터는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패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패널은 최대 100만대 정도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이외에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BOE, 대만 이노룩스 등으로부터 일부 부족한 물량을 조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는 것은 지난해 말 일본 샤프가 삼성전자에 패널 공급을 중단키로 한 데 따른 조치다. 샤프를 인수한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이 TV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더 이상 패널을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샤프로부터 연간 500만대 분량의 패널을 공급받아왔다. 이는 삼성전자 연간 TV 생산량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샤프로부터 조달하던 패널은 40~60인치대 프리미엄TV 생산에 사용됐다. 삼성전자는 제때 패널을 공급받지 못해 올해 1분기 일부 제품에서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샤프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LG디스플레이와 협상을 벌여왔다. 관계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라인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공급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어서 생산 계획을 조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수급, 사양, 가격 등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 패널 공급에는 6개월 이상의 협상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협상이 길어진 또 다른 배경에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기술 논쟁을 벌였던 '엠플러스(M+)' 방식의 패널 사용에 난색을 표했으나 양사는 결국 공급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국제 학회 행사에서 LG디스플레이의 M+ 패널이 초고화질(UHD) 해상도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 삼성은 안정적 패널 확보…LG는 고객 다변화=양사가 패널 공급에 합의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TV 생산 차질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 LCD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패널 공급망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를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고객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의미가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우선 파주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삼성전자에 LCD를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 삼성전자에 공급 물량이 확대될 경우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에서 생산된 패널까지도 삼성전자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8.5세대 LCD 라인의 생산 능력을 월 12만장에서 18만장으로 증설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동원 KB증권 기업분석부장은 "LG디스플레이는 세계 1위 TV 업체인 삼성전자를 고객으로 확보했고, 삼성전자도 안정적으로 패널을 공급받게 됐다는 측면에서 양사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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