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부진·수술로 중간계투 시즌 시작
4월 말부터 4연승, 무너진 롯데 선발 버팀목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로야구 롯데 송승준(37)은 화려함보다 투박함이 매력인 투수다. 그는 한 번도 개인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 했다. 시즌 최다승도 14승(2010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성적은 꾸준하고 단단한다.
송승준은 곧 롯데 유니폼을 입고 100승을 거둔 세 번째 투수가 될 것이다. 그는 2007년 롯데에서 데뷔해 통산 97승을 거뒀다. 윤학길 한화 육성군 코치(56)가 롯데에서만 뛰면서 117승을 거뒀고 손민한(42·전 NC)은 통산 123승 중 103승을 롯데에서 챙겼다. 송승준은 "아직 3승이 남아 실감이 나지 않지만 28살 때부터 늦게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뜻깊은 것 같다. 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그만큼 아프지 않고 잘 버텼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승준의 말대로 시작은 늦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했다가 실패, 뒤늦게 KBO리그 무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소위 '해외파' 중 최다승을 거둔 투수가 됐다. 투박함이 남긴 훈장이다.
그의 성적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소화한 이닝이다. 송승준은 토미 존 수술을 최초로 받은 토미 존 코치로부터 투수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닝 소화 능력이라고 배웠다. "미국프로야구 몬트리올에 있을 때 존 코치를 만났다. 존 코치가 하루는 선발투수로서 4이닝 무실점과 6이닝 3실점 중 어느 것을 택하겠냐고 물었다. 4이닝 무실점이라고 답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다. 존 코치는 3실점을 하더라도 6~7이닝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송승준은 존 코치를 만난 후 4~5점을 내주더라도 7~8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다. 그렇게 송승준은 KBO리그 열한 시즌 동안 1439.1이닝을 던졌다. 그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900이닝 정도를 던졌다. 합쳐서 2300이닝 정도 던진 것"이라고 했다.
송승준은 올해 팀이 어려울 때 버팀목 역할을 한다.
이대호(35)와 전준우(31)가 가세한 롯데는 올 시즌 초반 공동 1위에도 오르며 상위권에서 경쟁했다. 하지만 4월 말부터 순위가 떨어졌다. 박세웅(22) 외에는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없어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송승준 대신 선발로 뛴 김원중(24)과 박진형(23)은 경험이 부족했다.
송승준은 중간계투로 시즌을 시작, 지난 4월 25일에야 첫 선발 기회를 얻었다. 이후 4연속 선발승. 송승준은 선발 자리를 되찾았다.
송승준은 전성기에 시속 150㎞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속구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압도적인 구위를 잘 설명해주는 그의 별명 중 하나가 '송삼봉'이다. 2009년 6월27일 한화와 경기부터 세 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두면서 얻은 별명이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이르자 구위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승2패 평균 자책점 8.71(41.1이닝 40자책)에 그쳤다.
송승준이 올 시즌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건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시즌이 끝나자마자 자신을 괴롭혀온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팔꿈치 뼛조각은 2~3년 전부터 송승준을 괴롭혔다. 송승준은 지금은 통증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는 "재작년과 지난해에는 그냥 제가 못 던진 것이다. 예전에는 10승, 180이닝 등 목표를 잡았는데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건강하게 공만 던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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