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 고교학점제 시범운영 중인 서울 도봉고 방문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위)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를 직접 찾았다. 문 정부의 대표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위는 2일 오전 서울 강북구 도봉고에서 '고교학점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태규 전 논설위원 등 국정기획자문위 사회분과 위원들과 도봉고 학생, 교사들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윤 의원은 "새 정부의 교육 정책 슬로건이 '모두의 아이는 우리의 아이'인 것처럼 학생 각각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설계하고 있다"며 "고교학점제를 비롯한 새 정부의 교육 공약이 일선 학교에 전면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도봉고에서 도입 중인 '과목전면선택제'의 경험들을 경청하고 제도적 보완으로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도봉고는 지난 2010년부터 이와 비슷한 '과목전면선택제'를 운영하고 있다. 1학년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을 배우고, 2~3학년은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방식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조언을 내놓았다. 조 교육감은 "도봉고의 사례처럼 이미 서울, 경기, 세종 지역에서 낮은 수준의 고교학점제라 할 수 있는 다양한 개방형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를 시범 운영 사례로 삼아 또 다른 시범 운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고교2학년이 되는 오는 2019년에는 보편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행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조 교육감은 "다만 바로 전 과목에 적용할 경우 학생들이 입시에 유리한 과목만 수강하는 등 제도의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에 먼저 도입한 뒤 순차적으로 과목을 확대하는 것도 한 가지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부담과 시설 등의 인프라 차원의 문제도 지적됐다. 선용규 도봉고 교무부장은 "도봉고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과목전면선택제를 도입해 전 학생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교사들의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며 "교사들의 헌신이 있기 때문에 다행히 잘 유지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교원 충원과 각종 제도적 지원이 필수다"라고 말했다.
도봉구의 교사들은 현재 기본적으로 2과목 이상, 많게는 4과목 까지 가르치고 있다. 소수의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좌도 최대한 개설하기 위해서다. 교사 개인의 출장이나 연수가 잡힐 경우 차후 보강 일정까지 잡아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 그 밖에 온라인 수강신청 시스템, 학생들이 이동하며 수업을 받는 가운데 거점 역할을 하는 대형 사물함 비치공간 등의 마련도 차후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과제로 꼽힌다.
도봉고에 과목전면선택제가 안착한 것도 교원, 학부모, 학생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 같은 시설들이 충분히 마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교적 최근인 2004년 개교하며 시설이 낙후되지 않았을 뿐더러 학생 수도 학급당 18~19명, 총 330명 규모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황재인 도봉고 교장은 400석 규모의 대형 학생식당을 소개하며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밥 먹을 자리를 맡기 위해 뛰어가는 경우가 없다"며 "여유는 말 뿐 아니라 제도, 시설을 통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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