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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갇힌 유통④]대형마트 의무휴업 5년 …"골목상권 보호 글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4초

마트 의무휴업 취지, '전통시장 살리기' 실효성 의문
소비 트렌드 변화 '온라인 쇼핑'만 늘어
기업은 '답답'·소비자는 '불편'·소상공인은 '억울'
골목상권 활성화 위한 실질적인 방안 강구해야

[정치에 갇힌 유통④]대형마트 의무휴업 5년 …"골목상권 보호 글쎄" 남성역골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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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한지 5년이 지났지만 규제의 기본 취지는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을까. 목표로 삼았던 '전통시장 살리기'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새정부의 골목상권 보호의지가 의무휴업일 확대 등 단순히 유통 대기업을 옥죄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관련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자칫 '상생'이라는 명분하에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 일평균 매출액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도입된 2012년 4755만원에서 2015년 4812만원으로 3년간 약 60만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즉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이 골목상권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또 KB국민카드 역시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작된 2012년부터 최근 5년간 요일별 유통업종 카드승인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실효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일요일 이용금액은 지난해 60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8364억원 대비 2336억원(27.9%) 감소한 것이다.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일요일 카드 이용실적 감소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12년 2월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2014년 12월에는 모든 점포로 확대된 영향이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의 일요일 카드 이용실적은 2176억원에서 3154억원으로 45% 늘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해석을 해야한다는 게 KB국민카드 측 설명이다. 즉 전통시장에서 카드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지 전통시장 매출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


실제로 전통시장의 일요일 카드 이용실적은 다른 요일과 증가율이 비슷하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의 카드 이용실적 증가율은 △월요일 41.2% △화요일 41.6% △수요일 38.0% △목요일 38.7% △금요일 28.3% △토요일 31.2% 등으로 일요일과 크게 차이가 없다.

[정치에 갇힌 유통④]대형마트 의무휴업 5년 …"골목상권 보호 글쎄"


반면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장의 일요일 카드 이용실적은 같은 기간 126억원에서 379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는 일요일에는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대형마트 온라인에서 쇼핑한다는 의미다. 이는 대형마트 온라인 매장의 다른 요일 카드 이용실적이 같은 기간 2.5배 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진 증가율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는다고 전통시장을 찾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특히 2030 세대는 전통시장은 물론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 방문도 줄이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통 대기업들만 영업만 규제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주차공간 부족, 카드 이용 시 불친절, 현금영수증 발급 불가, 신선식품의 신선도 등"이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시키며 소비자들이 골목상권을 찾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따른 관계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전통시장 등 지역소상공인 보호의 정책적 효과는 적은 반면 장바구니 소비를 감소시켜 민간소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치에 갇힌 유통④]대형마트 의무휴업 5년 …"골목상권 보호 글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프랑스 유통업 규제 변화 및 국내유통정책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증명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소매업 개점 제한 규제인 '로와이에법'을 1970년대부터 제정해 실시해 오고 있다.


법에 따라 매장면적이 3000㎡ 이상인 점포를 개점할 경우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제도 시행에도 불구, 대형점포가 계속 설립되자 1996년 허가가 필요한 최소매장 면적을 300㎡로 하향 조정하는 '라파랭법(La loi Raffarin)'까지 제정했다. 그러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매장면적 300㎡ 이하의 초소형할인점인 '하드디스카운트스토어(HDS)'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프랑스 정부는 또 다시 2008년 허가 필요 매장면적을 1000㎡로 상향 조정했다.


로와이에법 시행 이후 오히려 소규모 점포의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소규모점포인 전문식료품점의 매출액은 1970년 32.2%에서 2013년 17.8%로 크게 줄었다.


반면 대형점포에 속하는 하이퍼마켓의 매출액은 1970년 3.6%에서 2013년 36.5%로 증가했다. 또 기업형 슈퍼마켓의 매출도 1970년 9.0%에서 2013년 28.8%로 증가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취업자 감소와 소비자 불편까지 감안하면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으로 폐지되기는 어렵지만 비효율성 때문에 확대되기도 어려운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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