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기준 억만장자 가운데 한국의 상속자 비율 74%
-핀란드(100%), 덴마크(83.3%) 등과 비교할 때 특별히 높지 않아
-중소기업, 상속세와 증여세 등 세금부담 때문에 가업 승계 못해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 위원장이 지난 26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언급한 '상속자의 나라' 발언은 사실에 근거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많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억만장자 가운데 한국의 상속자 비율은 74%로 나타났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특별히 높다고 할 수 없다. 투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핀란드는 100%를 기록했으며, 덴마크(83.3%), 스위스(72.7%), 독일(64.7%)도 비율이 높았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속부자가 대부분이고 창업 부자가 적은 것은 과거 산업화 시절 정부가 재벌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친 데 따른 것이다.
또 자본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박을 일구는 기회가 적은 점, 창업보다는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 기업가형 창업보다 생계형 창업이 많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상속자의 나라가 된 데는 경제 정책의 후진성이 작용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중견 및 대기업으로 성장해야 하지만 상속세와 증여세 등 세금부담 때문에 가업을 승계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내놓은 '2016 중견기업 실태조사'를 보면 78.2%는 가업승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속ㆍ증여세 조세부담(72.2%), 복잡한 지분구조(8.8%) 등이 가업승계 걸림돌로 작용했다.
중소기업에서는 오히려 '상속자의 나라'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25%가 업력 30년이 넘지만 중기는 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선정한 명문장수기업 6개의 경우 업력은 56년으로 중기 제조업 평균 11년의 5배가 넘었다. 중요한 점은 6개사 모두 2세가 가업을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거나(5개사) 승계할 예정(1개사)이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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