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온 '경제민주화'가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철회한 삼성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17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정성엽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산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밝혀왔다"며 "이것은 최근 지주회사 전환 검토 중단을 선언한 삼성그룹의 입장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7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다"며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고리가 그 핵심이지만, 강화된 금산분리와 순환출자의 점진적 해소는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 지배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지배구조를 개편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연구위원은 같은 맥락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지주회사로 미전환된 그룹사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주회사로 미전환된 그룹은 지주회사 요건 강화와 일명 ‘자사주 매직’이라고 불리는 자사주 활용 제한으로 향후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어려워지는 동시에 순환출자 해소라는 흐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대주주의 편법적인 그룹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려고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선거공약에는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및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 강화 뿐 아니라 계열공익법인·자사주·우회출자를 활용한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고 기존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정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동안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 입장이었던 국민연금의 태도 변화에도 입김을 불어 넣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문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주주권 행사 강화를 내세운 바 있어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국민연금의 관여활동 강화가 예상되고 기존의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 행태에서 벗어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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