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새 정부 조각이 본격화 하면서 공공기관 인사태풍도 조만간 불 전망이다. 전(前) 정권에서 이른바 '친박(親朴)' 인사로 분류된 이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사 기준이 될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내달로 예정된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 산하 332개 공공기관에서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기관장은 218명으로 전체의 65.7%를 차지했다. 공공기관장 3명 중 2명꼴이다. 이 중 임기가 1∼2년 남은 기관장이 81명, 2년 이상 남은 기관장이 91명이다. 임기가 1년이 남지 않은 기관장은 88명, 임기가 종료됐지만 아직 새로운 기관장이 선임되지 않아 직을 유지한 경우가 18명이며 공석은 8명에 그친다.
이들을 그대로 안고 간다면 향후 1∼2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장들과 국정을 함께 이끌게 되는 셈이다. 이번 정부가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만큼, 대대적인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예상된다. 과거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공행상과 코드 맞추기 등을 이유로 대대적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진행됐다. 지난 2013년 박 정부 출범 직후에도 전 정권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전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 이들이 주된 교체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계의 대표 친박 인사로 언급되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그의 임기는 2019년 9월까지로 아직 2년 이상 남아 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해 9월 임명됐을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금융계 친박 인사로 교체가 유력시되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구 출신에 박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안민정책포럼'을 이끌었던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과 친박계 3선 의원인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 친박계 핵심 인물인 유정복 인천시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홍순만 철도공사 사장 등도 유력한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임명 때부터 친박 낙하산 의혹을 받았던 정창수 관광공사 사장,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등도 교체 대상으로 언급된다. 이밖에도 전 정부에서 고위직을 거치며 국정에 깊이 개입한 인물들이나 집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인물들도 대거 공공기관장으로 포진해 있다.
이전 정권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책임론' 역시 공공기관장 물갈이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아 있지만, 정 이사장과 함께 금융계 대표 친박 인사로 꼽히는데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우조선 추가지원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뤄지는 대규모 인적쇄신은 국정철학의 통일성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의 향방에 따라 이뤄지는 낙하산 인사는 업무의 연속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매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 인사의 물갈이 폭과 기준이 내달 중으로 나올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최악의 경우 기관장이 해임건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는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원칙이 반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이같은 원칙을 천명하고, 경영평가에 비정규직 전환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중앙정부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 332곳과 부설기관 23곳의 비정규직은 14만4205명으로 전체 업무종사자의 33.6%를 차지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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