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리콜사안 아니다" 사상 첫 청문 거쳐..결국 강제리콜
결함인지 후 5개월 지난 시점에 당국신고.."은폐여부 수사기관에 의뢰"
제작결함 부적절 대응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내외서 타격 불가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차량의 리콜(제작결함시정)은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당국이 정한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됐을 때 제작사나 수입업체가 결함사실을 알리고 수리나 교환, 환불 등을 하면 된다.
과거보단 나아졌으나 여전히 리콜에 대해서는 소비자나 판매자 모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비자가 겪을 피해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생각보다는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인식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서다.
지난달 현대기아차가 당국의 리콜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청문절차를 요청했던 일련의 과정은 좀 더 복잡한 배경이 깔려있다. 1990년대 초 차량 리콜제도가 도입된 후 제작ㆍ판매사가 당국의 권고를 거부하고 청문을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가능한 절차이긴 하나 당국과 '마찰'이 불거지는 것을 선호할리 없는 까닭에 현대차의 청문요청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소 의외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당국의 결함지적에 대한 제작사의 이의제기 과정, 청문 현장에서 오간 논의, 국내외 시장에서 리콜의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차로서는 리콜을 인정하지 않거나 해당차량 대수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짜고 이번 사안에 접근했다. 차량에 문제가 있는 건 인정하겠지만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아닌 만큼 리콜대상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품질상 문제가 있을 때 취하는 무상점검이나 무상수리는 공지의무나 보상수준 측면에서 리콜과 차이가 있다.
추정치로 나온 리콜 대상 차량 24만대에 관련해서도 뒷말이 많다. 해당 결함이 지적된 차량이 총 40만대 가량 생산됐는데 이 중 수출분을 제외하고 국내 판매물량에 대해서만 리콜이 결정됐다. 이번 리콜대상 차종의 경우 같은 공장 생산물량 가운데 수출물량의 비중이 상당한 편인데 일단 국내 판매물량이 더 많다는 얘기다. 이 같은 수치는 제작사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다.
지난 8일 청문에서 현대차 측은 24만대보다 더 적은 10만여대 수준이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청문에 참석했던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현대차는 리콜 무마와 동시에 리콜이 되더라도 대상 차량과 대수를 줄이기 위한 작업을 병행하는 이면전략을 펼쳤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은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찰에 수사의뢰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번 리콜은 현대차에 재직했던 직원의 내부제보로 알려진 사안인데, 문건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께 회사 내에서도 결함에 대해 인지했던 직원이 있었던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후 국토부에 해당 내용이 제보된 시기가 10월. 은폐 정황을 구체적으로 포착한 건 아니지만 다섯달 가량 기간에 해당 결함을 숨기지 않았다고 확신할 만한 근거가 없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국토부 관계자는 전했다.
결함 은폐나 회사 차원의 조직적 대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2010년을 전후해 미국에서 있었던 도요타의 리콜사태의 경우 결함을 조사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불거지면서 사태가 더 커졌다. 당시 도요타는 결함을 미리 알았으나 제때 조치하지 않고 숨기거나 결함조사를 진행하는 외부기관에 잘못된 정보를 알려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5년여간 리콜ㆍ배상비용만 40억달러를 넘겼고 벌금액도 12억달러에 달했다. 수십년간 쌓아온 신뢰 이미지를 깎아먹은 점도 도요타 입장에선 뼈아팠다. 현대차 역시 내부제보로 드러난 결함들이 하나둘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적절치 않은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조사를 진행한 5건의 결함 역시 결과적으로 리콜결정을 취하기로 했으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미국은 현대기아차의 중요 시장인 데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결함은폐 등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보상액이나 벌금액이 막대하게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에 리콜결정된 사안 역시 미국 정부에 같은 신고가 접수된 만큼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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