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정부가 과반 지분을 보유한 국책은행이란 이유로 흔히 '정관계 낙하산' 인사들의 먹잇감이 돼 온 IBK기업은행이 오히려 낙하산을 반긴다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만 6년 장기 근무한 조용 전(前) 사외이사(55)가 지난달 퇴임, 공석이 된 상황에서 "힘 있는 낙하산이 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조 전 사외이사는 금융과는 전혀 무관한 강원도 정무부지사,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표 특보 출신인 탓에 임명 당시 '정(政)피아 낙하산'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인물입니다.
경북 상주 출신의 조 사외이사는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취임 직후인 2011년 4월 첫 선임됐습니다. 햇수로는 만 6년, 은행 이사회 멤버 중 최장기간 근무입니다. 지난해 8월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사외이사 결격요건 중 하나로 '6년 이상 사외이사 재직자'를 명시하고 있어 더 이상의 연임은 어려웠습니다.
논란이 일긴 했지만 조 사외이사는 오랜 기간 은행 경영진과 손발을 잘 맞춰준 '파트너'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6년에 이르는 재임 기간 내내 이사회 안건에 대해 단 한 번도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없습니다.
많으면 10명이 넘어가기도 하는 타행 이사회에 비해 기업은행 이사회의 최소 운영 정수(定數)는 5명(사내이사 2명)에 불과합니다. 이사 1인당 의결 권한이 상대적으로 큰 셈입니다. '견제'를 기본으로 하는 사외이사의 원칙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권한이 큰 사외이사가 일일이 딴지를 걸면 은행 경영에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 '힘 있는 낙하산'을 바라는 이유입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관련법에 따라 은행장이 제청, 금융위원회가 임명합니다. 최근 국회와 언론 등을 통한 '국민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기업은행은 낙하산 오명을 씻고 3연속 내부출신 행장을 배출하는 등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빈 자리'가 생기면 정권 및 당국의 압박이 심했던 과거와는 달리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권이 표류하면서 하마평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정관상 사외이사 정수 요건은 '3인 이상'이므로 당장 충원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인 동시에 코스피 상장사이기도 합니다. 김도진 은행장의 취임 첫 '사외이사' 인사가 주목됩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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