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도둑'인가 하는 문제는 초미의 관심거리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이런 의제는 다시 부각된다. 더욱이 유력 대통령 후보자들이 모두 일자리 창출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문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민·관·연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일까. 인공지능(AI) 등에 따른 일자리 대체효과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대신 장기적 안목으로 부지런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둔다. 특히 ICT분야의 경우 창의성에 바탕을 둔 고숙련 전문직을 육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도둑'=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25일 연 'ICT정책해우소'에서는 '지능정보사회 신산업 창출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방안'이라는 안건이 다뤄졌다. 이 자리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일자리 대체가 불가피하다는 데 기본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기조와 향후 대처방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상운 미래부 과장은 "지능정보사회에서 일자리 대체효과를 상쇄하는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고숙련 전문 인력 양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AI,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고숙련 전문가 이외에는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올해 정부의 전문 인력 양성 계획을 소개했다. 미래부, 산업부, 고용부를 중심으로 1960억원을 투자해 ▲과학기술 ▲신산업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1만3470명의 전문 인력을 키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한국, Talent War 준비되었나?' 보고서를 보면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투자 수준은 OECD 가입국 중 8위로 상위권이지만 교육의 질적 수준은 세계의 75위에 그친다.
◆인재,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 그렇다면 학계와 업계의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SW 종사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창의성 융합인재를 키우는 토양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옥 비트컴퓨터 대표는 "우리 기업이 요구하는 SW 전문인력은 아키텍트급 융합형 인재"라고 말했다.
서정연 서강대 교수는 "20세기 수학, 과학 교과목이 의무교육이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SW 훈련과정은 양적으로 급증했으나 거의 모든 과정이 초급부터 시작하는 등 획일적이어서 차별화한 맞춤형 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장 역시 "승자독식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세계 최고수준의 혁명군을 키우는 것과 동일하다"면서 "그런데 실상은 SW 관련학과를 졸업해도 학원에서 1600시간을 더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인재육성 수준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차원이 되기는커녕 현실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자료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응답은 76.5%로 "그렇지 않다"(23.5%)의 3배를 넘었다. 지난달 18~21일 20~50대 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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