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劉·沈, 팔길이 원칙 재확인…洪 "헌법 가치 안에서 지원" 입장바꿔
문화계선 "환경 개선책, 창작 권리보호 등 문제의 근본부터 파악해야" 지적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김세영 기자]이번 대선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앞당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앞을 다퉈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청산하고 방지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난달 아시아경제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홍 후보를 제외한 네 후보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정부와 지원기관, 예술계 간 협약을 통해 팔길이와 협치의 원칙을 공고히 하겠다"며 "문화예술진흥기금 등의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고,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추천을 받아 각 기관의 장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비의 15%를 소득공제(100만 원 한도)하고, 예술인 표준보수지급기준 제정과 예술인복지금고를 통해 긴급생활자금 및 작업실 전세금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문화예술인들의 참여와 책임이 충족되는 민주적이면서 자율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구성과 운영 방식을 모두 뜯어고치겠다"면서 "문체부의 역할을 줄이고 컨센서스형(별도 투표절차 없이 반대의사가 없을 경우 합의된 것으로 간주하는 의사결정방식) 자율기구의 역할을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좌파 예술인 블랙리스트가 뭐가 나쁘냐"고 발언한 홍 후보는 "정부나 공공의 민간 부문 지원은 헌법적 가치와 질서 안에서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입장을 조금 바꿨다. 보호와 육성이 필요한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심의와 평가 과정에 민간전문가들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후보는 "국회의 감사를 강화하고, 공익사업적립금 등 불합리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제도들의 폐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찾아내 파면 등 중징계하고, 국가공무원법ㆍ공무원복무규정 등을 정비해 공무원의 위법 행위를 예방하겠다. 문화예술기본법 등 지원의 공정성과 관련된 법령을 개정하는 '블랙시스트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예술 활동을 위한 환경 개선책이나 창작자들의 권리 보호 등과 관련된 문화 융성 정책은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문제의 근원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문화기관들이 뿔뿔이 흩어져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문 후보는 "정부와 지역협력망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소통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지역에 재량권을 주는 지역분권식 지원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며 "문화민주주의 이념이 구현되도록 문화정책의 패러다임을 자율, 분권, 협치 원칙에 따라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홍 후보는 "지방 균형 발전이란 명목으로 문화예술 기관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문화예술계의 정책이 제자리걸음"이라며 "통합 컨트롤타워를 두고 분산된 기능의 유기적 협조를 강화하는 융합을 도모하겠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독임제를 버리고 합의제를 가져오겠다"면서 "문화정책의 다양성과 중첩성에 맞는 대의기구를 운영해야 한다. 이 시스템이 정착되면 현장과 지리적 거리가 멀다는 의견 등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후보는 "문화예술 지원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팔길이 원칙'을 철저히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중심의 중앙 중심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체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문예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 정책의 민간 주도력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한국 관광상품 전면 판매 금지에는 다섯 후보 모두 외교적 대화와 관광산업의 체질개선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피해규모와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한 뒤 중장기적인 대응책을 세우면서 단체 위주인 중국 관광객 유치 전략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중국을 찾겠다.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외교 담판을 벌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사드 배치부터 일시 중단하겠다"며 "한ㆍ미ㆍ중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안보 현안을 논의한다면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자세는 후보마다 각각 달랐다. 문 후보는 "스포츠, 힐링, 먹거리를 결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 북유럽 등에 집중 홍보하겠다"고 했다. 그는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도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에 스키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의 스키장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는 "올림픽이 끝나면 관련 시설의 관리와 운영의 부담을 지역에 떠넘기지 않겠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올림픽국민체육공단을 세우고 이 문제를 맡기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유 후보는 평창올림픽을 강원도가 발전하는 계기로 내다봤다. 특히 서울부터 강릉까지 개통되는 KTX와 관련해 "고성에서 삼척까지 추가로 고속철도를 건설해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에 외자유치 입지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분산개최를 주장해온 심 후보는 "지금이라도 예산 낭비를 막고, 올림픽을 핑계로 한 부적절한 개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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