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압박 메시지 의도…美 선제타격 묵인 해석도
北 반발에 군사충돌 가능성에 관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중국이 사실상 북한문제에 대해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마지노선을 제시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예측불허의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북한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지만 미국이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22일자 사평(社評)에서 "일단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는 상황이 온다면 중국은 원유공급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축소 규모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의 주요 핵시설을 타깃으로 한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1961년 체결된 조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을 중국이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조약은 한쪽이 침략받으면 군사적으로 자동개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북한의 핵개발은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는 행위가 아닌 만큼 조약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이 38선을 넘을 경우에는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고 밝혀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같은 보도는 함재기가 탑재된 미국의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가 조만간 동해상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칼빈슨호를 한반도 해역으로 보내면서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이 환구시보 보도 이후 매체를 통해 잇달아 미국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공습 위협을 감지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조만간 한반도 주변 해역에 진입할 예정인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에 대해 연일 '수장'(水葬)을 거론하며 위협에 나섰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4일 '인민군 군관 류철벽' 명의로 '거대한 파철더미가 되어 수장되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침 전쟁의 시각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는 결코 항공모함 따위에 놀라지 않으며 침략자들이 전쟁의 불을 지른다면…원흉들을 바다에 처박아버릴 담대한 배짱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논평은 이어 "세계는 경거망동하는 미국의 거만한 항공모함들이 거대한 파철더미가 돼 어떻게 수장되는지,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서 어떻게 사라지는지 명백히 보게 될 것"이라고 강경자세를 유지했다.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도 이날 "수틀리면 항공모함 따위를 들이미는 미국의 위협 공갈에 눈썹 하나 까딱할 우리 인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대변인 논평에서 북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군사적인 충돌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동맹국들을 향한 위협엔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북한의 위협을 일축했다.
우리 외교부는 환구시보 보도 내용에 대해 별다른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의 선제타격이 이뤄질 때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에서 실제 군사적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휴전선 바로 아래에 2500만 명의 인구가 밀집돼 있다는 점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에 외국인들이 몰려 있는 만큼 북한이 반발할 경우 피해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기습적인 선제타격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꼽힌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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