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할 때 발생하는 '위약금 폭탄' 막는다
단말기는 제조사, 개통은 이동통신사
5.9% 할부수수료 폐지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을 개정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13일 안 후보는 '미디어·ICT 공약'을 통해 "차별없는 단말기 구매와 통신료 인하를 기대했던 법안의 당초 취지와 달리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반면, 소비자 후생은 감소하는 결과만 낳았다"며 "시장 자율경쟁은 떨어지고, 시장점유율은 고착화되어 전 국민이 '호갱'화 되는 부작용만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 후보는 ▲위약금 상한제 도입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 ▲단말기 할부수수료 면제 등의 공약을 내놨다.
①위약금 상한제
안 의원은 "소비자가 지원금을 받고 약정 만료 이전에 서비스를 해지할 경우, 위약금에 상한을 적용해 고객의 위약금 부담을 완화시켜 주는 위약금 상한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위약금 상한제는 오는 9월 말 자동 일몰되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 규제라는 지적이 있다.
현재는 휴대폰 구입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33만원 이내에서만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지원금 상한이 없어지면 이동통신사들은 마케팅 전략에 따라 지원금을 마음대로 지급할 수 있다.
지원금 상한이 없어지면 가입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도 함께 올라간다. 현재 위약금 제도는 가입 6개월까지는 지원금 전액을 물어내고 6개월 이후부터는 점차 위약금이 감소하는 방식이다. 지원금 상한제가 없어질 경우에는 위약금도 따라 올라가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만약 7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가입하고 6개월 이내에 해지할 경우에는 똑같이 70만원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용자는 과도한 위약금 부담 때문에 특정 사업자에 발목이 붙잡히게 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 초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동통신3사에 위약금 상한제 도입을 권고했으나 당해 3월 LG유플러스만이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②단말기 완전 자급제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단말기를 제조사를 통해 구입하고, 개통은 이동통신사를 통해 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간 연결고리를 끊어 통신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이동통신사가 제조사에 물량을 공급받고 이동통신사가 전국 각지의 대리점, 판매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는 각각의 마케팅 비용을 더해 고객에게 지원금을 준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제조사 판매점이나 휴대폰 매장에서 단말기를 구입한 후 원하는 이동통신사를 선택한 후 유심칩만 사서 개통하면 된다.
그러면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 보조금을 통한 마케팅이 아닌 서비스나 요금할인 등을 통해 가입자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에 이동통신사는 자급제 시장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현재 제조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하는 경우 이동통신사 출고가보다 10% 비싸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제조사가 판매 장려금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직접 판매 단말기가 이동통신사 출고가보다 10%가량 비싼 것은 제조사가 주 판매원인 이동통신3사를 고려한 암묵적 담합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안 의원은 "소비자가 단말기를 공동 구매함으로써 보다 저렴한 조건으로 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협동조합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조사 관계자는 "이미 미국 등에서도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기 때문에 완전 자급제가 도입된다고 했을 때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실제 입법 과정 등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③단말기 할부수수료 폐지
안 의원은 "통신사의 휴대전화 단말기 할부수수료 인하·폐지 또는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통한 할부수수료 면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은 고객이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할 경우 원금의 연 5.9%수준의 할부수수료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할부수수료가 사실 이동통신사의 보험료를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전가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소비자가 휴대전화 할부대금을 갚지 못할 때를 대비해 이동통신사가 가입해오던 '할부 신용보험료'를 소비자에게 '보증보험료'로 둔갑, 부당하게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할부 신용보험은 이동통신사가 통신서비스의 이용자와의 신용거래 위험을 담보하기 위해 보험의 계약당사자가 되어 가입하는 것으로, 할부 신용보험료의 지불 주체는 이동통신사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약관에 '휴대폰 할부신용보험'을 '보증보험료', '채권보전료' 등으로 칭하면서 소비자가 부담해야하는 것처럼 영업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신 의원은 "그동안 이동통신사가 부담해 왔던 할부이자를 소비자에게 떠넘김으로써, 최근 4년간 약 1조원대의 할부이자를 확보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는 자사와 제휴된 카드사에 가입하거나 일정 금액을 해당 카드로 결제하는 조건으로 할부수수료를 면제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그런 점을 고려한 정책을 만들기를 기대한다"며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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