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입장 전할 시간도, 힘도 없다"
13~14일 예정 투자위서 최종 결정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국민연금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대우조선해양 대주주들이 다소 격앙된 어조로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13일 "이번 사안은 대우조선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지 상대 조직을 헐뜯고 공격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대주주 측에서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특별히 전할 입장은 없고 그럴 힘도 없으며 그럴 시간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반응은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무의미한 감정 소모는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용석 KDB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이 이날 "국민연금은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다"며 다소 격한 감정을 쏟아낸 것과는 반대의 모습이다.
대신 13~14일 열리기로 예정된 투자위원회에서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9시께 "아직 투자위가 언제 열릴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자료 검토를 하지 않고 투자위를 열면 또 최종 결정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검토가 끝나면 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전날에도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국민연금은 출발점부터 인식이 잘못됐다"고 거센 비판을 쏟아낸 것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 행장의 논지는 대우조선의 회사채는 이미 상환불능이기 때문에 대우조선이 지원을 받고 배를 지어 돈을 받으면 그 돈으로 사채권자들이 50%의 돈이라도 받게 되는데 국민연금은 수은 돈으로 당장 채권자의 돈을 갚아달라는 것으로 상황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행장은 "국민연금의 돈만 국민의 돈인가. 수은의 돈도 국민의 돈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은 "배를 건조해 대금을 받게 되더라도 원가에 미치지 못해 적자가 지속될 우려가 상당할 뿐 아니라, 선박 건조시 시중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부터 해소되면서 6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만기상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져 50%의 지급을 단정할 수 없다"며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로서 4월 만기 회사채의 상환을 유예하고 이후에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어 합리적인 결정에 이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