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정부는 디지털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변해야 한다."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총무정무위원(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국제해킹방어대회 '코드게이트 2017'에서 "열린 정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대만 정부)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미 디지털 환경은 성숙한 단계이며, 이를 부모가 아이를 위해 디지털 환경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며 "정부가 뭘 알고 있다든지 계획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든지 이런 것들은 도움이 안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라 4~8년 뒤 법안이 만들어지고 하는 과정들은 사실 변화를 따라간다고 표현할 수 없다"며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결정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정부와 시민간의 소통을 돕는 채널을 구축하고 국민 참여형 공공정책을 펼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탕 장관은 "장관 임명 후 자신에게 국민이 직접 자신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URL도 만들어 24시간 내 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탕 장관은 대만 최초 해커 출신 장관이면서 최초 트렌스젠더 장관으로 유명하다.
탕 장관은 2014년 대만 대학생들이 중국과의 무역협정에 항의하며 의회를 점거한 해바라기 운동 당시, 거브제로라는 오픈소스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시위를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거브제로를 통해 정부에 대한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열린 정부' 운동을 진행했다. 거브제로는 정부의 예산, 경제지표, 공무원의 해외순방 내용을 비롯한 각종 자료를 시각화하고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는 시위가 일어나고 지속되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탕 장관은 "당시 정부도 해커들이 민주주의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고 이는 나를 포함한 다수 해커들이 정부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탕 장관은 14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16세에 스타트업을 창업했으며 19세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검색엔진 회사를 차리고 애플 컨설턴트로 일했다. 24세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MTF 트랜스젠더)했다. 33세에 디지털 기술로 대만의 정치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civic) 해커' 활동을 했으며 지난해 35세의 나이로 대만 디지털총무정무위원 직책을 맡았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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