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플레이에 골 안 터져
인기구단 경기도 관중 적어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K리그 관중이 언제는 많았나요?".
프로축구 모 관계자들에게 "올해 K리그가 활력이 없는 것 같다"고 하자 돌아온 말. "관중이 줄었지만 차이를 느낄 정도가 아니다. K리그는 원래 관중수가 적었으니까". 마치 자기고백처럼, K리그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따뜻한 봄이 왔건만, 올해 K리그는 생기 넘치지 않는다. 적은 관중도 더 줄어서 문제다. FC서울과 수원 삼성이 대표적. 서울은 올 시즌 홈 세 경기 평균 1만9481명이다. 지난 5일 수원 삼성과 한 '슈퍼매치' 개막 경기 3만4376명이 아니었다면 이 수치도 어려웠을 것이다. 수원 삼성은 지난 8일 상주 상무와 한 홈경기(0-0무)에 5193명이었다. 최고 인기구단, K리그 선도구단을 자부한 수원에는 충격적인 숫자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경기력 아닐까.
올해 '닥공(닥치고 공격)'. '막공(막 공격)'이 안 보인다. 공격하지 않으니 골이 있을리 없다. 프로축구 1부리그는 지난 시즌 1~5라운드에 터진 득점은 일흔여덟 골이었지만 올 시즌 같은 기간 내 득점은 예순여덟 골이었다.
조진호 감독(44)은 지난해 상주 상무 사령탑으로 1부리그, 올해 부산 아이파크를 맡아 2부리그를 경험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1부리그 팀들이 수비를 우선하는 경기운영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태풍도, 돌풍도 없다. 한준희 KBS해설위원(47)은 "스타급 선수가 골폭풍을 몰아치지도, 신흥, 전통의 강호들도 K리그를 휩쓸지도 않는다. 화제가 될 내용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K리그는 '기회의 땅'이 됐다. 유럽, 일본에서 뛰다 K리그로 이적한 선수들이 각 팀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희소식이지만 한번 짚어봐야 한다. 외국서 경쟁이 심해 경기를 뛰지 못하던 선수들이 K리그에서 잘 뛰고 있는 현상. 리그 수준이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외부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팀들의 부진, 축구대표팀의 좋지 못한 경기력도 영향이 있다. 오심과 애매모호한 심판 판정도 리그의 흥행을 방해한 요소다. 한준희 위원은 "차라리 7월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려 했던 비디오 판독제도를 앞당겨서 도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다. 판정의 정확도도 높이고. 이슈도 될 수 있고"라고 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59)는 K리그를 자동차에 비유했다. 그는 "많은 짐을 내려 놓지 않은채 그냥 달리고 있다. 반면 중국, 일본 등 이웃의 차들은 쌩쌩 달린다"면서 "K리그 산업적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지금 흐름이면 투자도 더욱 줄어들 것이다. 향후 10년이 위험하다"고 했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62)는 "아직 리그 초기고 5월 조기 대선 등 사회적인 영향도 있다. 경기내용도 좋아진 점이 있다. 앞으로 분위기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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