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감자 등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 회장은 이날 산은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추진방안 설명회에서 "산업은행도 국민혈세 아니냐"며 "그동안 감자, 출자전환 등으로 국민혈세를 너무 많이 쓴 것은 아닌지 부끄럽다"고 밝혔다. 감자, 출자전환 가액 조정, 출자전환 비율 조정 등 국민연금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상황이 무겁다”며 “(국민연금 요구 등) 전체적인 채무재조정 방안을 조정하면 중심이 흔들리는데 그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채 투자자) 그쪽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수은 영구채 금리 인하, 회사채 투자자들에 우선 변제권 부여 등은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사채권자를 위한 국책은행의 양보는 두가지다.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금리를 3%에서 1%로 낮추고, 만기를 연장한 회사채의 우선상환권을 산은, 수은의 신규자금에 앞서 주겠다는 것이다.
이날 설명회는 최고위급이 나선 것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관투자자 측에서는 최고투자책임자(CIO)급 대신 실무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도 참석했지만 강면욱 본부장은 불참했다. 우정사업본부도 과장급이 참석하는데 그쳤다.
산은은 기존 채무재조정안에 따르면 출자전환 비중이 50%지만, P플랜시 90%에 달한다는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은은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가 보유한 회사채 50%를 3년간 상환 유예해 주면 만기 때 우선상환권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할 계획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에 신규로 빌려주는 2조9000억원에 대해서만 부여된 우선상환권을 사채권자들의 회사채에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이 요구했던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기관투자자들이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은 이날 설명회 후 리스크관리위원회 보고 후, 11~12일경 투자위원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주 후반에 우정사업본부도 9명으로 구성된 우체국금융 투자심의회를 열어 결정한다. 이 투자심의회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 출석위원 전원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기업으로 계속 가능성에 대한 설명보단 채무재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식의 설명은 문제가 있다. 수주전망 개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투자자에 대한 보호없이 무조건 채무재조정에 응하라는 것은 앞으로 회사채 관련 금융당국, 산업전망 등에 불신을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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