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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고위급 접촉서 등장한 시진핑의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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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잉판 전 외교부 부부장 방한당시 '등관작루'

윤병세 장관은 '동주공제' 인용하기도
사드로 경직된 한중관계 풀기 위한 제스처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최근 한중간 고위급 접촉에서 '우애'를 나타내는 고사성어가 등장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얼어붙은 한중관계를 외교적 화술로 풀기 위한 포석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대표단 단장격으로 최근 방한한 왕잉판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석동연 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와의 면담에서 "한중관계가 등관작루(登觀雀樓:관작루에 올라)처럼 되길 바란다"는 한국 측의 덕담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등관작루'는 당나라 시인 왕지환이 쓴 한시로, '천리를 더 널리 보고 싶어 관작루를 더 오른다'는 내용이다. 이 시는 관작루를 소재로 한 시 가운데 걸작으로 꼽힌다. 중국에서는 2012년 중학생들이 이 시를 최고의 '당나라 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왕 전 부부장과의 면담에서 우리 측이 이 한시를 소개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 전 주석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을 공식방문했을 당시 '등관작루' 서예작품을 선물로 건넸다.


청와대는 당시 서예작품 선물의 의미를 "양국관계를 한 차원 더 높게 발전시키려는 마음을 '천리를 더 내다보기 위해 한 층을 더 오르려는 심정과 의지'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한 참석자는 "왕 전 부부장이 '등관작루처럼 한중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우리 측 참석자의 발언을 갑작스럽게 들어 놀라워하면서 '사드문제로 한중이 흔들려선 안된다'는 입장에는 공감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한 바 있다. '동주공제'는 시 주석이 지난해 항저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연설 등에서 인용했던 표현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이 북한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왕 부장은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는 표현과 함께 "하오하오(아주 좋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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