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세탁기처럼 가정 생필품 자리잡나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전국이 미세먼지에 휩싸이면서 의류건조기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가전제품 양판점 업계에서 올해는 의류건조기가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득 덮으면서 빨래 건조가 불가능한 가정에서 먼지까지 없애주는 의류건조기를 찾고 있는 덕분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최근 2년간 의류건조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매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200%에 이어 올해 1200%(13배)를 기록했다. 전자랜드프라이스킹도 전기식 의류건조기 판매량이 1600% 증가했다.
세탁기 카테고리에서 건조기 매출 비중도 급증하는 추세다. 하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5%에 불과하던 건조기 비중은 올들어 20%로 늘었고, 같은기간 전자랜드는 3%에서 25%까지 확대됐다.
의류건조기 출시 초기 전기요금 부담으로 가스식 의류건조기가 인기를 모았지만, 최근 전력 부담을 낮춘 건조기가 출시되면서 빠르게 보급되는 모습이다. 올들어 전자랜드의 건조기 판매비중은 전기식이 95%, 가스식은 5%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 건조기의 경우 에어컨처럼 가스 배출구를 설치하는 불편함에도 저렴한 가스요금 덕분에 인기를 모았지만, 최근에는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전력을 낮춘 건조기 모터를 개발하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줄었다"면서 "가스 건조기의 판매신장율은 제 자리인 반면, 전기식 건조기 판매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조기는 국내에선 2004년 처음 출시됐지만, 설치 문제와 비용 부담으로 보급이 더뎠다.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옷에 묻은 먼지를 떨어내는데 건조기가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팔리기 시작했다. 주부들이 친목공간인 인터넷 카페에선 의류건조기가 '신세계'로 꼽히며 칭송되고 있다. 건조기는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어서 옷을 말리기 때문에 먼지가 잘 털리게 된다. 건조 후에는 옷에서 나온 먼지를 곧바로 필터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습한 여름철에는 빨래가 마르는 시간이 훨씬 절약되는 데다, 아파트 등 주거공간이 빨래를 실내에서 널어야 하는 점도 건조기 확산에 한 몫을 하고있다. 최두환 롯데하이마트 가전2팀장은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은 LG전자가 주도해왔는데, 이달 삼성전자가 가세하면서 제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세탁기가 가정에서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미세먼지 등 공기오염이 이슈가 지속되면서 건조기도 생필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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