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22일 아침 진도 앞 바다는 흐렸다. 세월호 인양 시도가 예정됐지만 해가 뜨지 않아 시야 확보가 좋은 상황이었다. 이따금 구름 사이로 해가 모습을 드러내지만 곧 사라졌다. 대신 바다 물결은 잔잔했다. 작업선에 부딪히는 파도 역시 그리 높지 않았고, 바람도 세지 않았다.
하지만 인양 작업을 준비중인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흘렀다. 악명 높은 맹골수도 답게 바지선 주변으로 회오리치듯 소용돌이 모양 파도골이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8시37분 해양수산부에서 세월호 시험인양을 오전 10시에 실시한다는 공지와 함께 주황색 작업복에 흰색 안전모를 쓴 상하이샐비지 소속 선원들도 바지선 갑판 오가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이 승선한 선첸하오 선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국 선원들의 얼굴에서도 긴장감은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들은 취재진이 브릿지를 찾자 마지못해 참관을 허락했지만 '사진은 찍지 마라'(No picture)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브릿지데크를 오가는 선원 3~4명 뒷짐 진 채 통유리창으로 바다 상황 살펴보기도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요한 날이다보니 다들 신경이 많이 쓰이는 듯하다. 취재를 할 때도 가급적 소리를 줄여달라"고 당부했다.
선첸하오는 침몰한 세월호 1~1.2km 근처까지 접근, 인양 현장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선박이었지만, 선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작업 진행과정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거라는 해수부 관계자가 설명했다.
실제 갑판에서 잭킹바지선은 손바닥 한뼘 정도 크기로 보여 실제 선상에서 어떤 작업이 이뤄지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시험 인양은 세월호 선체를 해저면에서 1∼2m 살짝 들어 올려 인양 하중의 배분 상태, 선체 자세, 와이어 이상 유무 등을 확인하게 된다.
인양의 최대 변수는 날씨다. 바다는 육상보다도 기상 변화가 훨씬 빨라 날씨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인양 작업 자체를 할 수 없다. 지난 20일에도 시험 인양을 시도키로 했다가 당일 파고가 최대 1.7m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자 곧바로 작업을 취소하기도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단 시험 인양이 결정됐으니 기상 상황은 더 이상 이슈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시험 인양 결과에 무리가 없으면 바로 본 인양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초 선첸하오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이 탑승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결국 가족 측은 당일 어업지도선을 타고 인양 현장을 지켜보기로 했다.
공동취재단·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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