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보복에는 "심증 있지만 물증 없어"…한중 재무장관 면담은 불발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대해 "(환율조작국이 아니라 관찰대상국에 다시 지정될) 가능성은 있다"며 "(환율조작국에 지정됐을 때에 대비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바덴바덴을 방문한 유 부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유 부총리는 '다음 달 미국 환율보고서에서 다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은 있다"면서 "작년에도 환율조작국은 없었고 관찰대상국만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셰일가스 수입 등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용의가 있다는 것을 미국 측에 여러 차례 얘기했고 오늘도 언급했다"며 "미국이 그 점을 받아들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율조작국에 지정됐을 때를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라는 물음에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며 "만약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예전에 지정된 경험이 있다. 안 가본 길은 아니다.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문제에 대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면서 "중국에 어떻게 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G20 재무장관회의 기간 유 부총리는 샤오제(肖捷)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추진했으나 중국 측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했다.
유 부총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는 "한계가구가 늘어난다면 그에 대한 대책을 따로 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시 외국인 자본의 국내 이탈 여부에 대해서는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되면 자금이 나가기 시작할텐데 그렇게 될 것인지 두고봐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유 부총리는 "수출, 설비투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할 수는 없다"면서 "1분기 지표를 포함해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알렸다.
그는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논의를 재개할 것인지 묻자 "일본이 정치적인 이유로 논의를 진전하지 않겠다고 끊어버렸다"면서 "일본이 키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환율보고서 결과에 대한 시그널은 없었나.
▲ 그런 얘기 안 한다. 므누신 장관은 잘 알았다고 했다.
- 므누신 장관을 처음 만났는데 인상은.
▲ 재밌었다. 얘기를 주도해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대 북한 금융제재에 최선을 다해 협력하자는 얘기를 했다.
- 대북 금융제재 방법론도 얘기했나.
▲ 미국도 고민하는 것 같았다. 굉장히 어렵다고 얘기했다.
- 몇 분 정도 만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얘기는.
▲ 10분 정도 봤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FTA (재협상) 얘기는 없었다.
- 지난해 10월에 이어 다음 달 미국 환율보고서에서 다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는데.
▲ 가능성은 있다. 작년에도 환율조작국은 없었고 관찰대상국만 있었다. 우리나라가 셰일가스 수입 등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용의가 있다는 것을 미국 측에 여러 차례 얘기했고 오늘도 언급했다. 미국이 그 점을 받아들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 환율조작국에 지정됐을 때를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만약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예전에 지정된 경험이 있다. 안 가본 길은 아니다.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과는 별도로 만나지 못했나.
▲ 그렇다. 샤오제 재정부장이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와 달리 무뚝뚝한 스타일이었다. 제가 취임 축하한다고 하면서 전임자(러우지웨이)와 회의 많이 했다고 슬쩍 얘기하기도 했는데 (못 만났다.)
- 중국에 만남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나.
▲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서 중국 쪽에서 만날 수 없다고 했다.
- 정부 차원에서 중국 측의 경제 제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 있나.
▲ 기재부는 한 적이 없다. 한한령도 분명 어딘가 실체는 있는데 법적 실체는 없지 않느냐. 법적 실체가 없는 것을 가지고 국가 간에 얘기할 수는 없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다. 우리는 그런 것 같다고 해도 중국에서는 사드와 관계가 없다고 한다.
-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중국 측에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는데.
▲ 메시지를 현명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 그것도 쉽지 않기는 하다.
-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때 중국과 만날 계획인가.
▲ 양자회담 시도라도 해보려고 한다. 만날 수 있으면 자꾸 만나는 것이 좋다.
- 보호무역 철폐에 대해 회의에서 강력한 발언이 나왔나.
▲ 호주 등 몇몇 나라에서 강력한 발언을 했다. 미국이 잘못했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코뮤니케에 보호무역주의 철폐가 왜 채택되지 않는지, 작년보다 (보호무역주의 철폐 논의가) 왜 더 잘 이뤄지지 않는지 등에 대해 얘기를 했다. 프랑스는 이렇게 가면 회의 성과가 후퇴한다고 지적했다.
- 미국 때문에 보호무역 배격이 코뮤니케에 들어가지 않는 것인가,
▲ 국가마다 보호무역에 대해 반대의 강도가 다 다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발언하는 나라가 몇 되지 않았다.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일부는 이미 영향을 미쳤다.
- 미국이 금리를 올렸을 때 우리 경제의 어떤 부분이 가장 걱정되나.
▲ 미국이 금리를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는 시장에서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수준일 것으로 본다. 금리가 역전되면 자금이 나가기 시작할 텐데 그렇게 될 것인지 두고 봐야 한다.
- 전문가들은 미국이 올해 6월과 12월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가로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은.
▲ 한계가구가 늘어난다면 그에 대한 대책을 따로 내야 할 것이다.
- 지금은 재정, 통화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 필요하면 해야 한다. 그런데 막연히 지금 힘든 것 아닌가 하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는 없다. 추가경정예산(추경)도 1분기 지표를 포함해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수출, 설비투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할 수는 없다.
- 기업 쪽에서는 부양 효과가 있으니 추경을 편성하길 바라는 것 같다.
▲ 그럴 순 있다. 그러나 또 한쪽에서는 재정적자가 나는데 왜 자꾸 추경을 편성하느냐고 한다. 나가는 정부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경기를 부양했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추경하면 좋은 것 아닌가. 그러나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마구잡이로 경제가 어렵고 세수도 남았으니 추경해야 한다 이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경제 성장률이 1분기에 잘 나왔는데 4월부터 곤두박질하면 추경 뿐 아니라 무엇이든 할 필요가 있다.
-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 재개 논의 진전은 없나.
▲ 일본과는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일본은 정치적인 이유를 들면서 더는 통화스와프 논의를 진전하지 않겠다고 끊어버렸다. 우리가 목을 매달 문제도 아니고 정치 이유와 무관하게 스와프 얘기를 하자고 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스와프가 있으면 좋다. 시간이 없어서 얘기하지 못했지만 미국과도 통화스와프가 있으면 좋고 중국과도 연장하면 좋다. 그렇다고 없으면 망하는 것도 아니다.
- 우리 정부가 먼저 일본에 손 내밀 생각은 없나.
▲ 한일 통화스와프 문제에서는 그렇다. 일본이 키를 갖고 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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