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일부 업종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노골화하는 중국의 보복 공세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지만 해당 기업의 입장, 소요기간 등을 감안할 때 실제 WTO 제소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7일 "일부 업종의 경우 WTO 제소를 검토 중인 사안은 있다"며 "양국 정부간 사전협의와 기업의 요구 등 제소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최종 제소 여부는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당장 WTO 제소로 맞서겠다는 것 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정부 차원의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WTO 제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와 기업 모두 WTO 제소는 최후의 수단일 뿐, 단계적 협상을 통해 현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에서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경우, 국제 규범 위반 여부를 확인해 WTO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WTO 제소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업종의 경우 사드 배치 결정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이 확인되고 있지만 행정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어 WTO 제소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측과 장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하는 국내 기업 대부분이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WTO 제소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WTO 위반 여부에 대한 입장도 사안별로 엇갈려 효과도 확실하지 않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중국 내 롯데마트의 경우 WTO 제소 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방법 위반 등과 같은 안전규제, 위생규제의 경우 국가 재량으로 위임돼있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측에서 중국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행정심판 절차를 통해 영업재개 결정을 받을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행위원회, 주한·주중 대사관을 통한 상무부 접촉, 고위급 회담 등 통상채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양자협의 채널을 통해 중국측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상무부와의 장관급 회담도 추진한다. 오는 5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이에 앞서 회담을 마련해 문제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난 3일 주한중국대사관을 통해 "중국의 외국인 투자기업 보호 담당 부처인 중국 상무부가 현지 한국 투자기업에 대한 성의 있는 관심과 보호를 제공해달라"는 요구를 전달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새로 취임한 중산 상무부 부장에게 서한을 송부하면서 “양국간의 백년대계인 한중 FTA를 발전시켜 한중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심화해 나가고,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 소통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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