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다음달부터 음주운전과 뺑소니 등 중대 사고에 대한 징벌적 위자료가 상향 조정됨에 따라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음주운전ㆍ뺑소니 사고의 위자료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그 부담이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징벌적 위자료의 경우 민사상 손해에 해당된다며 면책규정이 없는 현재의 자동차보험 약관상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보험사와 보험가입자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징벌적 위자료, 가해자 부담은 0 = 2015년 기준으로 연간 음주운전 사망자는 300여명, 뺑소니 사망자는 100여명에 달한다. 사법당국이나 보험업계에서 음주운전ㆍ뺑소니 사망 사건을 줄이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사망자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법원이 내달부터 음주운전ㆍ뺑소니 사고에 대해 징벌적 위자료를 물리도록 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음주운전ㆍ뺑소니 가해자가 개인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없다는 데 있다. 가해자가 법적인 책임을 질수는 있지만 민사상 피해보상 문제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갈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운전자들의 자동차보험 가입은 강제사항이다. 임의보험도 인적사고와 물적사고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는 대인배상2와 대물배상 보험의 가입률은 약 95% 이상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보험사가 모두 부담하는 상황에서 징벌적 위자료 상향 조정은 실효성이 없다"며 "형사처벌의 수위를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징벌적 위자료 상향 부담 떠안아 = 음주운전ㆍ뺑소니 사고에 대한 징벌적 위자료 도입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위자료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2배 상향 조정되는 만큼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삼성ㆍ현대ㆍ동부ㆍKB 등 대형 손보 4개사는 지난 2014년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음주ㆍ뺑소니 사망 위자료 보험금으로 497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기준금액을 2억원으로 높일 경우 단순 계산으로 위자료 보험금은 1260억원을 넘게 된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으로 악의적 운전자가 피해자에게 부담해야 할 고액의 위자료 금액을 선량한 다수의 보험가입자에게 전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사회 안전망 구축에 민ㆍ관 공동 대응해야 = 음주운전ㆍ뺑소니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징벌적 위자료 상향 보다는 민ㆍ관의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배보험업계는 정부와 국회가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음주운전에 대한 적발기준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높이는 것만으로도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주취한계 이상 음주운전 사고는 연평균 2.3%로 감소 추세지만, 주취한계 미만 교통사고 건수는 연평균 3.3%로 증가추세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혈중알콜농도 0.05% 미만에서도 '주의분산'과 '경계' 능력에서의 손상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음주운전 적발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중과실 사고에 대한 보험사 책임 감면 조항 신설 등 상법개정ㆍ면책조항을 반영한 표준약관 개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음주운전ㆍ뺑소니 사고에 대해 대인배상2 특약의 면책 또는 보상한도를 정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음주사고 자기부담금도 현행 300만원에서 사망시 1000만~3000만원으로 올리고, 뺑소니 가해자도 음주운전과 동일한 자기부담금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손보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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