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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만에 날아간 2억원… 강남 재건축 '1.5조' 증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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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대책 100일]강남4구 재건축 시가 총액 급감… 거래감소·가격하락 반복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100일만에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시가 총액이 1조5000억원이나 증발했다. 오는 10일 100일을 맞는 11·3 부동산 대책의 여파다. 지난 석달간 강남4구 재건축 단지는 11주 연속 추락했다. 10억원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2억원이나 빠졌다. 강남권 거래량도 15% 가까이 급감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거래량이 5~6%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거래 감소에 따른 가격하락, 다시 반복되는 거래 감소로 봄 이사 수요 이전까지는 대책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00일만에 날아간 2억원… 강남 재건축 '1.5조' 증발(종합)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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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매제한과 재당첨 금지 등을 골자로 한 1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강남4구의 재건축 시가총액은 1조4200억원이 날아갔다. 대책 발표 직전 10월말 112조3536억원에서 2월초 110조9328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구별로 살펴보면 4개구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강남4구 중 재건축 단지 수가 가장 많은 강남구의 경우 지난해 10월말 54조원에서 올해 2월 53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 줄었고 서초구 역시 29조6000억원에서 29조3000억원으로 3000억원 빠졌다. 송파구와 강동구도 각각 3000억~4000억원씩 줄어들며 대책 여파를 그대로 드러냈다.


원인은 단연 거래량 감소에 있다. 강일·상일동의 서울주택도시공사 리츠 물량이 거래로 잡힌 강동구가 급증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강남3구 거래량은 3590건으로 전년대비 15% 가량 줄었다.

거래 감소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값은 11·3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1월 첫째주부터 올해 1월 둘째주까지 11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1.67% 떨어졌다. 송파구가 3.36%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고 강동구(-2.94%), 강남구(-1.4%), 서초구(-0.77%) 순이었다. 강남4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감소했다. 1월말 기준 107.7로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말과 비교해 0.5 포인트 가량 줄었다. 같은기간 강북을 포함한 서울 전역이나 수도권, 전국 기준으로는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가격대가 높은, 이른바 몸집 무거운 아파트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92㎡)는 12억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 1월에는 1억원 넘게 빠진 10억9000만원에 팔렸다.


강남구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도 마찬가지다. 8억원 중후반대에서 최고 9억원선에도 거래되던 개포시영 40㎡대가 7억 후반대까지 떨어졌고 주공1단지(56㎡)도 지난해 14억4000만원에서 올해는 12억3000만원으로 2억원이나 급락했다.


초고층 논란이 불거진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76㎡)도 같은기간 15억2000만~15억5000만원선에서 1억5000만원 가량 빠진 13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반포과 압구정지구 등 고가 재건축 단지가 몰린 곳도 피하지 못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3차(150㎡)가 22억원에서 올해 20억5000만원에, 강남구 압구정동의 구현대 3차(82㎡)는 16억2500만원에서 15억7500만원으로 떨어졌다. 대부분의 단지들이 많게는 1억원 이상씩 빠진 셈이다.


신규 분양 시장에도 대책 여파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11·3대책 후 실제 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11월 18.45대 1에서 12월 7.48대1로 감소했다. 올해 1월에도 6.49대 1을 기록하며 2달 연속 10대 1을 넘지 못했다. 1월은 통상 비수기로 꼽히지만 1년 전인 지난해 1월(9.61대1)과 비교해도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중금리 인상과 공급과잉보다는 11·3대책 파급력이 더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초부터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신규 분양은 고분양가 논란에도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더욱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가 분양 후 웃돈을 노리고 청약하거나, 재건축사업이 추진중인 아파트를 도중에 매입해 가격이 오른 시점에 되파는 일이 빈번했다. 결국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금지시키는 등의 조치로 매매 심리가 가라앉았고, 투기수요 역시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줄고 가격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열풍이 한풀 꺾인 가운데 시중금리 인상, 공급과잉 등 악재가 산적한 만큼 연착륙을 위한 정책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11·3 대책은 강남권 과열을 우려해 만든 정책으로 지금은 경기 하락과 맞물려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을 낳고 있다"며 "정책 여파에다 올해부터는 트럼프발 경제불안과 정국불안, 산업구조조정, 물량압박 등의 영향으로 추가 조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나 반대 부작용도 따져봐야 한다"면서 "경기둔화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고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만큼 속도조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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