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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 칼럼]증오심과 애국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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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 칼럼]증오심과 애국심 김영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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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독일 남부도시 뉘른베르그. 수백만의 독일 군중들이 운집한 가운데 아돌프 히틀러가 비행기를 타고 유유히 나타났다. 도시는 그야말로 용광로와 같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제복을 입은 군인이나 나찌 당원만이 아니었다. 남녀노소, 노동자나 농민이나 모두 그에게 열광했다. 그는 독일인들의 국민적 영웅이었고, 희망이자 자존심이기도 했다.


당시 독일은 어떤 상태였는가. 세계 1차 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독일은 굴욕적인 베르사이유 조약에 따라 광대한 영토를 잃었고, 산업은 엉망이 되었으며, 거기에다 천문학적인 전쟁 배상금까지 물어야 했다. 썩어빠진 귀족 중심의 구정권은 민중의 소망을 저버리고 망국적인 행위에 빠져 있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구원 투수로 등장했던 사람이 바로 히틀러였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그가 우리의 박(朴)모나 전(全)모처럼 군사 쿠데타나 그 비슷한 물리력으로 권좌에 올랐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니다. 그는 엄연히 합법적인 선거로 집권한 사람이었다. 거기에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강력한 경기 부양책으로 거의 파산 직전에 이른 독일 경제를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

세계가 1929년 대공황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을 무렵, 독일은 오히려 고도 성장을 이루어 1933년에서 1938년 사이 생철과 철강 생산량이 각각 390만톤에서 1,860만톤, 560만톤에서 2,320만톤으로 늘어났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선반 생산량은 미국을 추월하고 있었다. 실업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통계에 의하면 이 기간 동안 독일의 군수 산업은 2.1배, 소비재 생산은 43%나 증가했고, GDP 성장률은 100%를 넘어섰다. 전국에 고속도로 망이 구축되었고, 중공업 기반이 재정비되었으며, 군대도 막강한 화력을 갖춘 현대식으로 정비되었다. 말하자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2차 세계대전을 치를 만반의 준비, 즉 군사력, 경제력에다 자발적으로 철철 넘치는 애국심까지 완전히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김영현 칼럼]증오심과 애국심

그 이후에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는 역사책이나 영화나 다큐를 보면 알 수가 있다. 세계는 대포와 비행기의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었고, 수많은 생명들이 피를 흘리며 죽었다. 아름다운 도시는 폐허로 변하였고, 가공할 무기들이 속속 개발되었다. 그 전쟁으로 3000만명이 희생되었다. 전쟁이 끝나자 히틀러는 불세출의 영웅이 아니라 불세출의 악마로 바뀌었다.


이 보잘 것 없는 하사관 출신 히틀러가 일약 독일민족의 영웅으로 등장하는 데는 당시 역사적 환경도 있었겠지만, 그 자신의 탁월한 카리즈마에 힘입은 바가 더 컸을지 모른다. 그는 무엇보다도 증오심과 애국심을 이용할 줄 알았다. 증오심과 애국심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일란서 쌍둥이다. 먼저 그는 1차 세계 대전을 패전으로 마무리했던 구정권 매국 세력과 독일 금융을 주무르고 있던 유태인들에 대한 증오를 주요한 발판으로 삼았다. 이것은 당시 좌절감과 배심감에 젖어있는 가난한 독일 민중들에게 그야말로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리고나서 그는 그들의 애국심을 자극할 수 있는 당근을 준비했다.


25개조로 된 나찌의 강령에 따르면, 그는 모든 불로소득과 이자 노예제를 폐지함으로써 탐욕스러운 유태 금융가들이 가만히 앉아서 근로자의 생산성과를 착취해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요즘 식으로 하자면 월스트리트 악당들을 모조리 몰아내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전쟁으로 얻은 모든 불로소득은 국가에서 몰수하겠다고 했다. 친일부역자들의 재산이나 최순실 같은 재산을 모조리 강제 몰수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다 매국노와 고리대금업자 및 투기꾼들은 사형에 처하겠다고는 공약도 했다.


썩을 대로 썩은 구질서에 짓눌렸던 대중들이 환호를 했던 것은 당연했다. 히틀러는 그 증오심의 칼끝을 가장 구체적인 대상 곧, 유태인에게 향했다. 인종주의처럼 적나라한 증오심은 없다. 그리고 인종주의처럼 강력한 애국심도 없다.


그리고나서 반세기가 훌쩍 넘은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취임하자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반이민법에 서명하였고, 국경을 마주한 멕시코와 긴 장벽을 쌓도록 명령하였다. 그리고 무역에 관한 모든 국제적 조약을 무효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여차하면 중동이든, 중국이든, 북한이든 미국의 이해와 맞지 않으면 한판 붙을 기세이다. 당연히 그 역시 증오심과 애국심을 부추기고 있다. 히틀러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는 지금,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휘두르고 있는 증오와 애국의 칼날이 어떤 파국을 일으킬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김영현 작가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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