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등 경영전략 수립 주춤
트럼프 리스크 대응책 마련에도 소극적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사로…업무에 집중 못하고 있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원다라 기자]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가전시장은 1분기부터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주춤한 상태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협력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3일 삼성전자 협력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주요 기업들의 경영공백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그는 "삼성 직원들은 물론 협력사까지 연쇄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해엔 갤럭시노트 때문에 협력사들의 피해가 컸는데 올해도 그런 영향이 다시 있을까 두렵다"고 전했다.
최순실 사태로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의 정기 인사가 지연되면서 업계 전반에 불안감도 드리워지고 있다. 인사 지연이 결국 경영 전략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된 소문은 무성한데 기약이 없다보니 사내 직원은 물론 계열사 직원, 협력사까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환율이 요동치고 있는데도 이렇다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협력사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협력사 관계자는 "환율 정책은 대기업이 방향을 잡고 우리는 그 방향에 따르면 되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대기업 인사가 늦어지는 것도 협력사에는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협력사를 담당하는 임원의 성향과 업무 스타일에 따라 협력사의 경영전략도 달라져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점을 호소한 것이다.
현대차의 1차 협력사는 300여개, 삼성그룹 9개 주요 계열사의 1ㆍ2차 협력사는 총 4300여곳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주요 협력사 관계자는 "삼성이 경영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면서 협력사 경영에도 변수가 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매출 감소로 인한 직접적 영향 뿐 아니라 앞으로 미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느끼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협력사까지 피해를 입히는 중차대한 리스크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연초엔 마음가짐을 다 잡고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가 생겨야하는데 오히려 반대"라며 "해가 바뀌었지만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11월의 분위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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