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확산 주범" vs 삼성서울병원 "우리도 피해자"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이 행정소송으로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두고 입장이 확연히 엇갈리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14번째 '슈퍼전파자'를 제대로 관리 못한 삼성서울병원을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최근 메르스 유행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접촉자 명단제출 지연 등으로 메르스가 확산된 책임을 물었다. 업무정지(15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806만 원을 부과했다. 여기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삼성서울병원이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고발조치했고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복지부의 행정처분과 고발조치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은 반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23일 복지부 측에 100쪽이 넘는 분량의 행정처분에 대해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복지부는 2월 중에 삼성서울병원을 대상으로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개최한다. 메르스 사태로 삼성서울병원이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는 위원회이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메르스 사태로 약 800억~1000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피해액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관련 법률 위반으로 삼성서울병원은 고발조치와 행정처분을 받았다"며 "이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손실보상의 지급제외와 감액 사유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로 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 메르스 사태를 키운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강민규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2월에 열리는 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여러 상황을 판단해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손실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삼성서울병원이 요구하는 손실보상액을 지급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손실보상액을 받지 못하면 삼성서울병원은 행정소송으로 가겠다는 흐름이 강하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2월에 열리는 위원회에서 손실보상액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내부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메르스 사태를 두고 삼성서울병원은 '가해자'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의 입장이 극명하게 달라 행정소송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를 치료하고 격리하거나 병동을 폐쇄하는 등 정부와 협조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의료기관과 약국, 상점 등 233개 기관은 2015년 12월 총 1781억 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받은 바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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