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수 개월 전부터 파산이 뻔히 예고됐던 한진해운이 어쩌다가 개미들의 무덤으로 전락했을까.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주당 780원에 거래가 중단됐다. 한진해운 주식은 오는 17일 법원의 파산선고 이후 7거래일간의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상장폐지된다.
지난해 9월 법정관리 개시와 함께 거래가 재개된 한진해운의 1000원짜리 주식에는 개미와 검은머리 외국인 작전세력이 몰려들었고, 주가는 회생 기대감과 청산 불안감이 반복되며 330~1600원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파산이 예고됐던 한진해운에 된통 당한 건 개미였다. 전날 한진해운의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까지 개인은 178만주, 약 20억원치 주식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180만8565주를 던지고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개미들이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파산이 불 보듯 뻔 했던 한진해운이 수 개월째 주식시장에서 정상 거래된 것이 한 몫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거래소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일정기간 급등하는 등 투자자 보호가 필요할 경우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등 3 단계로 나눠 시장 경보를 발동하고 있으며, 투자경고·위험종목 단계에서도 주가 급등락이 심한 경우 일시적으로 매매거래 정지를 적용한다. 그런데 매매거래 정지라는 브레이크가 걸리기 전까지는 주가 급등락을 손 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거래소는 파산 위험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자 지난달 6일 이 종목을 '투자경고'로 지정했다. 규정에 따르면 투자경고종목 지정 이후 주가가 2일간 40% 이상 급등하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정지된다. 결국 한진해운은 투자경고종목 지정 후 한 번의 상한가를 포함, 2일간 40% 이상의 급등을 거친 후에야 하루 거래 정지라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거래가 재개된 다음날 브레이크가 풀리자마자 한진해운은 다시 상한가를 쳤다.
지난달 12일 거래소가 한진해운을 최고 경보 단계인 '투자위험'으로 지정하고 거래를 정지하기 전까지, 회사 주가는 370원(1월3일 종가)에서 6거래일간의 폭등을 거치며 1430원(12일 종가)까지 수직 상승한 셈이다.
한진해운이 개미와 작전 세력이 잔뜩 끼어든 투기판으로 전락했음에도 거래소는 지난달 31일 한진해운 주가가 732원까지 내려가자 규정에 따라 1일부터 투자위험종목에서 투자경고종목으로 경보 수준을 낮췄다.
투자유의단계를 낮춘 첫날인 2월1일 한진해운은 다시 상한가까지 올랐고 2일에는 장중 24%까지 상승했다가 장중 파산설이 나오자 18% 급락한 채 거래가 중단됐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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