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나도 이민자다"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애플의 팀 쿡,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실리콘밸리 수장들이다. 트럼프의 이번 행정명령에 비판적 반응을 내놓은 미국 IT업계 인사는 이들만이 아니며, 실제 그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애플이 지향하는 바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이번 행정명령이 우리 구글 가족과 임직원들에게 끼칠 영향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한다"며 "뛰어난 재능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데에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벌어진 행정명령 반대시위에 참가해 "나도 이민자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다"라고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 필요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조치는 실제적인 위협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우리는 이민법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시민들 보호할 수 있고,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합법적인 이민자와 법을 준수하는 시민은 오히려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민자이자 CEO로서, 그들이 기업과 미국에 끼친 긍정적 영향들을 우리는 보아왔다"고 말했다. 나델라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주 출신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번 행정 조치는 이 나라의 도전정신에 어긋난다"며 "이번 조치에 악영향을 받는 이들 대다수는 오히려 미국의 강력한 지지자들이다. 그들은 이런 대접을 받을 수도, 받아서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는 "테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이번 행정명령으로 피해를 받는다"고 말했다. 우버는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는 우버 운전사들에게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심지어 트럼프가 애용하는 트위터의 CEO 잭 도시도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인한) 경제적·인류애적 피해는 실제적이고 파괴적이다. 우리는 이민자와 난민들이 미국에 가져온 것들로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이번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을 이민자들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도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혹평했다. "이번 주는 매우 슬픈 한 주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전세계 넷플릭스 직원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는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보다는,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또한 트럼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미스터 트럼프, 스티브 잡스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압둘파타 존 잔달리다. 그는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왔었다. 그는 시리아, 홈스에서 왔다".
한편 트럼프가 이번에 내놓은 행정명령의 골자는 테러위험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 일시 중단 및 비자발급 중단과 난민입국 프로그램 4개월간 중단 및 난민 심사 강화 등이다. 이 조치가 즉각 시행되면서 벌써부터 미국행 비행기 탑승 거부, 미국 도착 후 공항 억류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번 행정명령이 이라크와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이른바 테러위험 7개 무슬림 국가 출신 미국 영주권 소지자와 이중국적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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