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결혼을 하고 두번째로 명절을 맞는 신혼주부 조모씨(32)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시댁에서 맞은 첫 명절이 악몽처럼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첫 명절 집안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있던 조씨를 시누이가 부르면서 갈등을 촉발됐다.
시부모와 남편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과일을 깎아보라고 시키거나 왜 부모님에게 용돈을 적게주느냐고 대놓고 타박한 것이다. 나이 차이도 많지 않아 친구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조씨의 기대는 산산히 물거품이 됐다. 이번 명절에는 남편이 시댁에 미리 가서 같이 음식을 장만하자는 말에 덜컥 걱정부터 앞선다. 조씨는 "남편도 시누이의 행동을 보고 있었지만 도리어 참고 넘어가라는 말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시월드(시댁+월드)' '명절증후근' 등 명절만 되면 결혼 이후 시댁과의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성인이 새로운 집안 분위기에 적응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점점 사회현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과연 이혼은 명절 이후에 늘어날까?
통계청이 이혼에 대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이혼 월별 통계를 보면 그해 가장 많이 이혼을 한 달은 '8월'이다. 17년간 가장 많은 이혼 건수를 기록한 경우가 6번이나 됐다.
2000년 1만1216건을 시작으로 이듬해 1만2741건으로 늘었고, 다시 2002년에는 1만3567건으로 늘었다. 2005년과 2006년에 1만2226건, 1만1375건으로 월별 1위에 오른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9400건을 기록하며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어 7월이 5번으로 최대 이혼건수를 기록했다. 2003년 1만5517건, 2009년 1만1307건, 2012년 1만158건, 2013년 1만789건, 2014년 1만342건 등이다.
이어 6월과 11월이 각각 2번, 3월이 1번, 10월이 1번씩 그해 가장 많이 이혼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혼 건수가 가장 많은 달과 두번째로 많은 달까지 더하면 '3월'이 6번으로 늘어나게 된다. 8월(6번)과 동일하며 7월(5번) 보다 앞선다.
그렇다면 이혼 신청은 언제 많을까?
현재 부부가 이혼하기로 합의했다면 협의이혼 신청서를 작성해 가정법원에 출석, 제출해야 한다. 그 이후 법원은 자녀양육, 재산문제 등에 관한 이혼안내를 해주고 전문가 상담을 권유하며, 협의이혼 기일을 정해준다.
이 때 법원에서는 이혼 안내를 받은 날 부터 양육 자녀가 있는 경우 3개월, 없을 경우 1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자녀양육, 친권자문제 등에 관한 협의를 마쳐야 하지만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재판이 진행된다.
결과적으로 법원에서 이혼 결정이 내려지면 이혼자는 이혼의사확인서 등본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이혼신고를 해야한다.
자녀양육에 합의하고 이혼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보면 이혼 신청에서부터 신고까지는 빨라도 4개월에서 6개월 이상은 걸린다. 7월 혹은 8월에 이혼 신고를 했다면 그해 상반기에 이혼 신청을 했다는 얘기다.
가정문제전문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그렇게 시일이 걸린다는 의미지 순조롭게 재판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다만 명절에 친척끼리 만나거나 부부간에 갈등이 불거지기 때문에 명절에 이혼이 많아진다는 얘기가 생겨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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