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놀이터 옆 그늘에
중3쯤 되었을까 여학생 둘이 담배를 핀다
피다 말고 나를 본다
뭘 쳐다보냐는 듯 꼬나본다
내가 먼저 쳐다본 게 사실이므로
점잖은 체면에 어긋나므로
그쯤 해서 눈을 돌려 줘야 하는데
나는 어디 한번 빤히 마주 쳐다보기로 한다
그저 내 중3이 아득해졌을 뿐인데
아파트 단지가 온통 고요해졌을 뿐인데
이윽고 여학생들이 눈길을 돌린다
시답잖다는 듯 손끝으로
담뱃불 익숙하게 튕겨 내고 자리를 뜬다
나잇살이나 먹은 대접을 받아서
나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파트는 무사하니 되었다
엉뚱하게 관리인 흉내를 낸다
여학생들은 어느새 자취가 없다
둘이 나란히 손잡고
방과 후 야자로 돌아갔을까
컴퓨터 게임방에 잠입했을까
설마 아파트 꼭대기로 올라가
오래도록 서 있을까
놀이터 모래밭에 아직 초롱초롱한 불씨가
문득 글썽하게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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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갈수록 아이들 버릇이 참 없어진다 싶다가도 막상 내가 저 나이였을 때를 떠올려 보면 괜스레 민망해진다. 나도 그랬다. 나도 중학교 삼 학년 때 동시상영관 극장에서 입담배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고, 우리를 마뜩잖게 쳐다보던 어른을 향해 침을 뱉었다. 돈이 좀 생기면 곧장 롤라장으로 달려갔지만 대부분은 동네 골목이나 쏘다녔고 말이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온종일 잔뜩 골이 나 있었던 시절, 중학교 삼 학년이란 그런 때였지 않은가. "중3쯤 되"어 보이는 저 아이들도 다만 그럴 때인 것이다. "나잇살이나 먹은 대접을 받"는 게 '예의'의 본뜻은 아니리라. 우리 비록 지나왔지만 지금은 헤아리기 힘든 그 시절의 막막한 통증을 당장 겪고 있는 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불씨"에 마음을 "한번" 움직이는 일,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예의일 것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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