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대리수령 의혹…할머니 합의없이 지급 논란에 조카 "억울"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화해치유재단이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에게 1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 측이 이를 피해자 모르게 대리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보호자 측은 억울하다고 나서 진실 공방이 과열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등 3개 시민단체는 18일 경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통영에 사는 김복득 할머니(100)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조카의 계좌에 위로금이 지급돼 있다"고 밝혔다.
단체가 공개한 조카 명의의 통장 사본엔 지난해 11월16일과 12월12일,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이 입금돼 있다. 이 돈은 재단이 지난해 10월 4000만원, 11월 6000만원 등 할머니 명의로 개설된 계좌로 지급했던 것이다. 김 할머니는 각종 정부 지원금이 들어오는 통장을 평소 조카에게 맡겨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는 합의서까지 작성했다는 내용도 조카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할머니 보호자인 조카 김모씨는 거동이 불편할 할머니를 대신해 대리 서명을 하고 신청서를 작성한 것은 맞지만 할머니의 수용 의사가 분명히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아시아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재단에서 두 번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처음엔 제가 시간이 안 맞아서 고모님(김 할머니)만 뵙고 갔고 그 다음에 지급신청서를 갖고 오셔서 재단 관계자를 만나 거동이 불편한 고모님을 대신해 서명했다"며 "합의서 이런 건 없었는데 왜 자꾸 없는 걸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난 이 돈 없어도 먹고 사니깐 고모님께 그 돈 쓰고 싶으면 쓰셔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단체에서 도와주고 하는 건 고마운데 자꾸 이렇게 하면 그 전부터 하셨던 일들이 폄하될 수 있다"며 "고모님이 처음부터 말씀하셨던 것도 아니고 뒤늦게 알게 돼서 조용히 모시고 있는데 앞으론 단체들이 하는 일에 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2013년 11월6일부터 도립 통영노인전문병원에 입원 중이고 현재는 호전된 상태로 전해졌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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